부산 오륙도 SK뷰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 2탄 [단독공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자, 누구?

2010-10-22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부산의 랜드마크로 부상한 오륙도 SK뷰 아파트. 하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엉망진창이다. 각종 분쟁과 비리로 얼룩져, 랜드마크로 불리기에는 멋쩍은 감이 적잖이 있다. 2008년 완공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수 백여명의 입주예정자들이 사기 분양을 했다며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지금까지도 공방 중이다. 또 시행사는 국세 체납한 사실이 탄로나, 국가로부터 수 백억원대의 사업부지에 대한 압류 조치를 당했으며, 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도 세금 탈루한 사실이 드러나 수백억원대의 세금 추징을 당했다. 나아가 사업 초기에 시행사와 시공사간 맺은 이면 계약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현재 검찰과 국세청 등이 수사 중이다.
이에 <매일일보>은 부산 오륙도 SK뷰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3탄에 걸쳐 심층 취재해봤다.

 

<싣는 순서>
1탄 - 건설 초기부터 입주까지 풀스토리
2탄 - SK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
3탄 - 해양공원(씨사이드) 둘러싼 이전투구

  

지난 5월 4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권오성 부장검사)는 부산 오륙도 SK뷰 아파트 시행사 (주)무송종합엔지니어링(이하 무송)의 서울 강남 대치동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날 검찰은 무송의 2004년부터 2008년까지의 회계장부 일체를 압수해 갔으며, 이후 회사 대표 등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검찰은 이와 관련한 첩보와 진정을 받고 이해 관련자들을 내사하고 있다.

 검찰, SK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 관련 전방위 수사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검찰의 수사 타깃이 시행사 무송이라기보다 ‘SK건설’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SK건설은 오륙도 SK뷰 아파트 시공 과정에서 시행사 무송과 이면계약을 통해 챙긴 수익을 회계장부에 기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수차례 받아 왔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의 내사 소식이 알려진 시점은 압수수색이 있기 전보다 훨씬 앞서서다.

지난해 9월께 검찰은 SK건설이 오륙도 SK뷰 아파트 시공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 조성을 했다는 첩보를 받고, 내사를 벌여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는 등 전면에 나선 것은 내사 과정에서 핵심적인 비리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SK건설은 펄쩍 뛰었다. 이면계약이라고 하는 것은 건설업계에서 암암리에 활용되는, 사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양자확정이익보장형수탁공사’의 일종이며,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의 1년여간에 걸친 세무조사에서도 일단락 났기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비자금 조성 의혹은 얼토당토하지 않다고 성토했다.

<매일일보> 단독입수한 각종 자료 분석 결과, 무송과 SK건설 등간 의문스런 거래 곳곳에서 발견

시행사 무송, 세금탈루로 200억원 세금 추징 및 128억원 국세 체납으로 해양공원 개발 부지 압류
 

SK건설과 무송 간 의문 투성이의 거래

하지만 <매일일보>이 입수한 오륙도 SK뷰 아파트 신축공사 사업과 관련된 각종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면, SK건설의 해명에는 적잖이 의구심이 들게 하는 부분이 있다.

일단 SK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의 증폭제인 ‘이행합의서’를 보더라도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합의서는 무송과 SK건설 간 표준도급계약서를 작성한 날(10.27)로부터 20일 뒤인 2004년 11월 17일(분양 하루 전)에 체결됐다.

합의서에 담긴 주요 내용을 보면 SK건설이 무송에게 310억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시행사의 전권을 가지며, 표면적으로는 무송이 시행사로서의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는 것으로 돼 있다.

심지어 아파트 및 부대복리시설 분양가, 분양시기, 설계, 마감자재, Plus option 결정 등 사업추진상 일체의 의사결정과 당 사업으로 발생하는 일체의 손익은 ‘SK건설’이 갖기로 돼 있다.

그리고 기존 시공지분비율대로 공사 참여키로 한 풍림산업(25%)과 대주건설(15%)은 ‘시공이익금지급청구권’만 가지기로 하며, 분양수입금 관리계좌를 개설하는 데 있어서도 시행사 무송의 명의와 날인을 제외시키기로 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밖에 아파트 사업 승인 조건이었던 해양공원(씨사이드)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도 무송이 인‧허가 등 절차상 제반 사항을 완료시킬 것이며, 해당 사업 부지에 대해서는 SK건설의 허락 없이는 타인에게 양도 및 담보 제공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합의서에 담긴 내용들이 비록 의문투성이 일지라도 이것만 가지고선 SK건설이 거액의 비자금 조성을 했다고 보기에는 무리수가 따를 것으로 보였다. SK건설의 주장대로 이행합의서가 사업을 원활하게 위한 업계에서 통용(?)되는 수준정도 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일보>이 입수한 무송이 과거 서울지방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제출한 각종 사업 관련 서류와 사업 이해관계자들 간에 오간 문서 그리고 이들 간 맺은 각종 계약서 등을 종합 검토해보면 SK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결코 허황된 루머 정도로만 여겨지지는 않았다.

 

먼저 2008년 5월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및 4국은 이와 관련된 첩보를 받고 무송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단행했다.  

이 결과, 무송이 사업 과정에서 세금 탈루한 사실을 적발하고 총 200억여원(법인세 175억9천9백만원, 부가가치세 16억9천3백만원)의 세금을 올 초 추징 결정 통보했다. 하지만 정확히 무송이 어떤 과정과 방법을 통해 세금을 탈루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추징 규모로 미뤄 짐작해 탈루 금액은 적어도 천억대를 상회할 것으로 추측 된다.

아울러 실질적 사업 전권을 가진 SK건설에 대해서는 세금 추징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의아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국세청 역시 SK건설이 사업 실세임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됨에도 ‘무송’에게만 세금 추징을 한 것은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SK건설의 공사대금 1,000억원 어디로?

<매일일보>이 입수한 각종 자료를 분석해 봐도 의문스런 점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SK건설의 총 공사대금은 6,246억여원(부가세 제외)인데, 무송이 2004년 4월부터 2008년 7월까지(2004년 2기 확정분 미포함) 국세청에 신고한 부가가치세 신고 내역서를 분석해보면, 무송이 SK건설에게 지급한 총 공급가액은 총 공사대금에 훨씬 못 미치는 5,379억여원에 불과했다. 약 1,000억여원이 비는 셈.

이 부분은 무송과 SK건설의 2004년부터 2008년까지의 감사보고서 및 반기, 분기보고서 등과 비교해도 확연히 나타난다. 이들 보고서에는 한결같이 SK건설의 총 공사대금이 6,246억원이라고 기재 돼 있다.

또, 합의서에 따라 200억여원의 시공이익금청구권만 가지기로 한 풍림산업에게는 무려 1,575억여원에 달하는 공사 대가가 지급된 것으로 돼 있다.

풍림산업이 오륙도 SK뷰 아파트 신축 공사에서 어떤 식으로 공사 참여했는지는 몰라도, 합의서대로라면 풍림산업에게 지급하기로 한 200억여원을 제외한 1,375억여원이 더 지급됐다는 부분은 무송, SK건설, 풍림산업 등 3사의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 외에도 합의서에는 철거업체 (주)우진특수건설에게 공사 대금으로 75억원의 ‘확정금액’으로 집행하기로 돼 있으나, 무송의 부가가치세 신고에서는 47억여원에 불과했다. 또, 광고대행업체 (주)올웨이즈커뮤케이션에게도 75억원이 집행돼야 정상(?)이나 65억여원만 집행 돼 상당한 차액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SK건설은 정말 이러한 부분을 몰랐을까. 시행사의 전권을 가진 SK건설이 말이다.
SK건설은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 후 초지일관되게 시행사 무송의 일이지 SK건설과는 무관하다라는 식으로 해명해왔다. 이는 <매일일보>의 거듭된 취재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검찰, SK건설 비롯 풍림산업 등 이행관계자 전방위 수사

이행합의서 통한 사업 전권 쥔 SK건설, “모르는 일” 초지일관 


 무송, 세금 탈루와 국세 체납

<매일일보>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 외에도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송이 세금 탈루를 하면서도 150억원에 달하는 부가세를 국가로부터 환급 받았으며, 나아가 128억여원에 달하는 국세를 체납해 현재 해양공원 개발 사업 부지를 압류당하는 등 닽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국가(대한민국)는 무송이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종합부동산세 등 국세 총 128억여원을 체납한 사실을 인지 한 후 무송에게 수차례 납부 독촉을 했음에도 불구, 무송이 이를 이행하지 않자 대리인 ‘삼성세무서’를 통해 올 1월 21일 ‘동양종합금융증권(주)’를 상대로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뜬금없이 동양종금이 나왔느냐면 이 역시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 있었다.

<매일일보>이 파악한 바로는 국가는 무송이 128억여원의 국세를 체납한 사실을 수차례 주지시켰으나, 무송은 이를 납부하지 않자 결국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는데, 무송의 보유 재산을 물색하던 중 오륙도 SK뷰 아파트 신축공사 사업과 연계된 해양공원 개발 부지를 소유하고 있어 이를 압류하려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알고 보니 무송은 2007년 6월 28일 이미 해양공원 개발 부지(부산 용호동 산 201-1번지 외 25필지 116,864㎡)를 담보로 솔로몬상호저축은행 외 6개 종금사로부터 500억원(채권최고액 650억원)을 대출 받아 ‘풍림산업’에게 건넸고, 이후 2008년 6월 27일 ‘동양종합금융회사’ 외 6개 종금사로부터 550억원을 대출받아 기존의 7개 종금사들의 대출액을 변제했다.

이 과정에서 해양공원 개발 부지를 두고 무송과 동양종금 간 ‘부동산관리신탁계약’이 체결됐다. 즉, 동양종금은 수탁회사이고 무송은 위탁자이자 수익자가 됐다. 이에 국가는 동양종금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아울러 <매일일보>이 ‘부동산관리신탁계약서’를 살펴보던 중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무송이 채무불이행이 발생했을 경우 동양종금 등 ‘질권자’의 요청에 따라 부지 처분하여 환가하기로 돼 있는데, 이 때 ‘풍림산업’이 우선하여 부지를 매수할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점이다.

여하튼 현재 이들간의 분쟁은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해양공원 개발 사업은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여 진다.

또한 이 부분은 현재 입주 예정자들과의 항소심 재판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 된다. 그도 그럴 것이 SK건설은 2008년 관할구청에 ‘착공계’까지 내며 해양공원 개발 사업 추진할 의사를 거듭 피력해, 1심 재판에서 승소했기 때문이다. 과연 항소심에서는 어떤 판결이 나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행합의서 하나 더 있다?

놀라운 사실은 또 있다. 국가의 대리인 ‘삼성세무서’가 무송이 국가로부터 돌려받은 150억원의 ‘부가세 환급금’을 반환하라고 ‘SK건설’에게 요구한 사실이다.

이상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부가세 환급금을 돌려받은 장본인은 무송인 데, 국가는 왜 SK건설을 상대로 이를 반환하라고 요구한 것일까.

 

<매일일보>은 2007년 당시 SK건설이 무송에게 발송한 문건을 입수, 살펴본 결과 ‘부가세 환급금’을 두고 이들간 다툼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2007년 7월 2일 SK건설이 무송에게 발송한 ‘초등학교 부지조성공사 및 부가세 환급금 입금 요청’이란 제하의 문서를 보면 SK건설은 이행합의서에 따라 부가세 환급금을 SK건설에게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실제로 SK건설이 무송으로부터 부가세 환급금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국가는 SK건설이 부가세 환급금을 무송에게 돌려받은 것으로 판단해, SK건설에게 반환 요구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매일일보>이 입수한 SK건설이 무송에게 보낸 여러 개의 공문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이행합의서가 두 개라는 것. 하나는 2004년 11월 17일 최초 작성한 이행합의서이고, 그 이후에도 무송과 또다시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여 지는 내용이 언급돼 있었다.

SK건설은 부가세 환급금을 무송에게 반환할 것을 요구하며 그 근거로 ‘2006년 6월 체결한 합의서 제2조 2항’에 의거한다고 문서에 지재돼 있다. 이 합의서는 법무법인 광장에서 보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