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수사, “비자금 먼저”에서 ‘로비수사’로 선회?

2011-10-25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태광그룹 비자금의 실체를 향해 고강도 압박을 가하며 정점을 치닫던 검찰 수사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일각에서는 “일단 비자금 수사부터 한 다음 사용처 수사로 넘어간다”던 방침을 수정,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한 조사를 먼저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25일, 태광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 5부는 당초 이번 주중으로 예고했던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48)과 이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82)에 대한 소환 일정 조율을 일단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선애 상무는 태광그룹 초창기부터 비자금 조성의 ‘몸통’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물로, 이들 두 사람에 대한 소환조사는 태광그룹 수사의 클라이맥스가 될 것으로 관심을 모아왔다.이와 관련 검찰 주변에서는 서부지검이 그동안 태광그룹의 자금 총괄 담당으로 알려진 박명석(61) 대한화섬 대표를 비롯, 그룹의 재무 관리 담당 전·현직 인사 20여 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벌였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관측과는 별개로, 검찰이 그동안 태광그룹 본사와 이 상무 자택 등 비자금 조성 의혹의 단서를 포착할 만한 곳이라면 장소를 불문하고 압수수색을 진행해온 만큼 당분간 압수물 분석에만도 상당한 시간을 쏟아야 할 것이라는 점은 두 사람에 대한 소환일정을 가늠치 못하게 하는 중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와 관련, 한 검찰 관계자는 25일 “압수물 분석이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얼마나 걸릴 지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려우나 상당 부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검찰은 이선애 상무 소환에 앞서 이 회장의 친인척은 물론 대학 동문, 친구 등까지 소환 대상을 넓혀나가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상무의 자택과 은행 대여금고에서 압수한 자료를 분석해 나가면서 태광그룹의 핵심 간부 2~3명을 소환해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한편 검찰 일각에서는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집중해 온 서부지검이 정·관계 로비 의혹 쪽으로 수사방향을 완전히 튼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태광그룹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 로비 의혹과 관련된 수사 자료를 넘겨 받은 서부지검으로서는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를 더 이상 늦출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