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 통신상품 유통장악 추진한 내막

신수종 사업 위한 도움닫기?

2010-10-29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대형마트가 통신상품의 유통망 장악에 나섰다. 최근 유통업체 점포에서 판매되는 휴대전화 물량이 점점 늘고 유·무선 통신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요 업체들이 관련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유통공룡인 신세계도 그 중의 하나. 특히 신세계는 국내 대형마트 중 가장 넓은 유통망을 갖고 있는 이마트를 활용할 수 있는 만큼 통신상품의 장악이 수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신세계가 신세계I&C에게 위탁유통을 맡긴 것을 두고 신사업에 대한 포석이라는 뒷말도 일고 있다. 신세계가 신세계I&C를 통해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로 발을 들여놓은 다음 신수종 사업의 일환으로 통신업에 진출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매일일보>은 일각의 시각을 토대로 신세계 이마트가 통신판매에 나선 속내를 취재해봤다.

신세계, 계열사 신세계I&C에게 통신판매 위탁운영 맡겨, 통신업 진출 포석?
업계 “신세계 가상이동통신망사업 관심 보여” VS 신세계측 “처음 듣는 얘기”

신세계가 통신판매를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께. 신세계가 81개 이마트 점포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주요 통신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인 ‘모바일 이마트’를 오픈하면서부터다.신세계는 휴대전화 대리점 운영방식을 직영체제로 바꾸면서 신세계I&C를 통해 유무선 통신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그동안의 운영방식이 소상인들을 중심으로 대리점을 입점하는 방식이었다면, 계열사인 신세계I&C가 위탁운영을 맡게 된 것이다. 

통신업 진출로 ‘SSM사태’ 촉발?

그런데 최근 신세계가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에 관심을 보였다는 말이 업계일각에서 불거져 나오면서 신세계가 신세계I&C를 통해 MVNO진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MVNO는 주파수를 보유한 이동통신사업자로부터 통신망을 저렴하게 임대해 독자적인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을 펼치는 것으로 MVNO가 많이 등장할수록 경쟁이 가열되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이동통신 사용자 요금이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 업계측면에서는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기존(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망 사업자와 달리 상당한 비용만 있으면 MVNO를 운영할 수 있어 거대 유통망을 통해 수익의 극대화를 노릴 수 있다. 신세계와 같은 유통업체들이 MVNO에 진출할 경우 자사의 유통망에 최적화된 모바일 단말기 보급을 통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추진할 수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의무대상자로 정하고 별정통신 4호 등록자를 모집했고 당시 업계 일각에선 국내 대형마트 중 가장 넓은 유통망을 가진 신세계 이마트를 유력사업자로 꼽았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실을 통해 “가상이동통신망사업에 이마트와 은행권 쪽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주로 유통능력과 자금력이 있는 업체에서 사업진출을 준비 중”이라는 말이 돌면서 신세계의 MVNO 진출이 가시화된 것이다. 그러나 거대 유통공룡인 신세계 이마트가 MVNO에 진출하게 되면 통신판매에서 막강한 입지를 구축, 또 한 번 중소상인 위협하는 ‘SSM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 때문인지, 사업 당사자인 신세계 이마트 역시 사실무근임을 강경하게 밝히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MVNO 진출은 지금하고 있는 할인매장 성격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신세계I&C가 신세계 계열사인 것은 맞지만 별개의 사업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MVNO라는 말이 나온 것에 대해 “해외에 그런 사례가 있다고 언급한 게 다”라고 해명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은 없다”는 말로 더 이상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신세계I&C 통한 발판 마련?

하지만 신세계I&C가 적자경영을 감안하면까지 통신판매에 진출한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선 설왕설래다. 한편으론 신세계가 신세계I&C를 통해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신세계I&C가 그룹 내 온라인사업을 총괄하는 계열사인 점과 휴대폰 상품판매와 기획이 처음인 점, 최근 유·무선 통신업으로 사업자를 등록하고 신사업에 진출한 점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것은 신사업 진출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21일 신세계I&C에 따르면 이마트 휴대폰 판매 등 통신 판매사업 적자로 인해 3분기에 전분기보다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세계 이마트 휴대폰과 초고속 인터넷 판매 사업 부문의 경우 올해만 21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으며 3분기에 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통신판매사업 적자는 4분기 실적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신세계I&C는 신사업으로 유·무선 유통시장에 진출해 지난 8월부터 전국 120개 이마트 점포에 대리점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10월28일 현재 117개의 대리점을 개설했으며 앞으로 120여개 이마트 전점에 대리점 개설이 모두 완료된다. 거기다 4분기 영업이익의 침체가 예상되는 것은 비단 신세계I&C 뿐이 아니다. 신세계는 하위 소득계층의 소비성향이 개선되지 않아 특히 할인점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업계 일각에선 실적침체를 신세계의 신사업 진출로 연관 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신세계가 통신판매 등 신사업 진출로 업계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시도가 아니겠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신세계I&C 관계자는 적자경영이 난 것에 대해 통신 매장 런칭에 따른 투자를 꼽았다. 신세계 이마트 관계자 역시 “휴대폰 판매사업의 경우 초기투자 사업이고 과징금에 따라 지속적으로 이익을 챙기는 사업이라 사업초기부터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말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마트가 핸드폰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다른 유통 대기업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핸드폰 구멍가게 입장에서는 두려운 사태가 되고 있다. 휴대폰 소매는 일명 돈을 깔고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자본력을 가진 재벌 기업이 절대적으로 유리, 자본이 많은 판매자일수록 그만큼 싼 가격으로 휴대전화를 팔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