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한솔그룹, 부실 한솔건설 채권은행에 떠 넘기나
한솔건설 돌연 워크아웃 신청...우리은행, "이인희 고문에게 회생의지 밝혀라" 요구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한때 재계 서열 10위권을 넘보던 한솔그룹의 행보가 수상쩍다. 최근 한솔그룹은 계열사 한솔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자마자 곧바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말들이 많다. 탄탄한 한솔그룹이 계열사를 그냥 방치한 것도 의아하거니와 워크아웃을 신청하자마자 바로 조직 개편에 돌입한 것도 수상하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행보가 잘 짜여 진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시각이다. 왜 이런 시각이 생겨나게 됐을까. <매일일보>이 알아봤다.
한솔건설 매각 자금으로 M&A 시도?…옛 영광 찾기 위한 고도의 전략전술
지난 10월 28일, ‘한솔 솔파크’란 브랜드로 꽤 알려진 중견건설사 한솔건설이 돌연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관련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솔건설은 한때 재계 서열 10위권에 넘보던 삼성가의 일원, 한솔그룹의 계열사이기 때문.
그룹에서 '팽'당한 한솔건설
한솔건설은 신청 이유에 대해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유동성 악화를 들었다. 실제 한솔건설은 자체 아파트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중견건설사로 자리 매김했지만,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장기화된 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 좀 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한솔건설 워크아웃 둘러싼 '말.말.말'
이런 가운데, 이번 한솔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둘러싸고 재계에서는 이상 야릇한 말들이 돌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한솔그룹이 부실계열사를 채권단에 떠넘기기고, 이를 통해 마련한 여력으로 지배구조 강화와 그룹 새판 짜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현재 한솔건설의 지분 구조를 보면 그룹의 지주사인 한솔제지가 49.5% 지분 보유하고 있으며, 한솔EME가 50.45%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한솔제지는 한솔EME의 32.76%가지고 있다. 따라서 사실상 한솔제지가 한솔건설의 지분 100% 보유하고 있는 셈. 그런데 한솔제지는 이번 한솔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직전까지 만해도 9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워크아웃 직전까지 조금씩 지분을 줄여 나가더니 결국 40% 후반으로 줄였다.이를 볼 때, 이미 오래 전부터 한솔그룹은 부실계열사 한솔건설을 회생시키려하기 보다, 채권단에 책임을 떠넘기려고 계획했었다는 분석이다.물론 항간에는 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로 유명한 일명 ‘장하성 펀드’ 때문에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됐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한솔건설이 유동성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한솔제지에 증자 참여 등 지원 요청을 했지만 한솔제지 이사회에서 ‘장하성 펀드’가 선임한 한 사외이사의 반대 입장 표명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워크아웃을 결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여하튼 한솔그룹은 애초부터 한솔건설을 ‘팽’ 시킬 것을 염두에 뒀다는 시각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솔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자마자 보란 듯이 대대적인 조직 개편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란 것이다. 달리 보면 조직 개편 일환으로 한솔건설을 워크아웃 시킨 것일 수도 있다.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솔그룹은 신사업인 발광다이오드(LED)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솔LCD와 크리스탈온을 합병하고, 제지와 전자(LCD, LED 등) 두 분야를 주축으로 그룹의 사업을 재편, 나아가 M&A까지 시도할 계획이다.
한솔그룹의 사업 재편 위한 잘 짜여진 각본?
하지만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추락을 거듭, 현재 5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또한 한솔그룹은 조동길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지만 실질적인 한솔계열 사주는 여든을 훌쩍 넘긴 이인희 고문이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