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D램 점유율 세계 60% 차지
2011-11-05 박정자 기자
5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올 3분기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각각 40.4%, 19.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전기 대비 6.1%포인트 증가했지만, 하이닉스는 1.8%포인트 소폭 하락했다.
◇국내업체 점유율 60%···사상 최초
양사의 합계 점유율은 60.2%다. 국내업체들이 D램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업체가 4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올린 것도 최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눈길을 끈다.
대부분 업체들이 3분기 매출액 및 점유율의 하락을 경험했지만, 삼성전자는 홀로 수직 상승했다. 매출액은 43억5300만 달러를 기록, 전기 대비 21.9% 성장했다. 시장의 불황이 삼성전자에게는 오히려 점유율을 올리는 기회였던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더 공신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의 3분기 집계가 나와봐야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60% 점유율을 달성할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엘피다가 16.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전기(18.4%) 대비 2.35포인트 하락했다. 미국의 마이크론이 12.1%의 점유율로 4위에 올랐다. 전기(13.8%)와 비교해 1.7%포인트 주저앉았다. 이어 난야(4.2%), 파워칩(2.6%), 프로모스(1.8%) 등 대만업체들이 5~7위를 형성했다.
◇日엘피다 감산···시장재편 가능성
이 같은 전반적인 하락세는 메모리반도체 불황 탓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현재 주력제품인 DDR3 1Gb 128Mx8 1333㎒의 10월 하반기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같은 달 상반기 평균 대비 15.66% 하락한 1.53달러를 기록했다. 반년 사이에 가격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특히 최근 엘피다가 감산을 선언하는 등 이번 불황도 예의 '치킨게임'을 떠올릴 만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엘피다는 미국발 금융위기 탓에 전 세계 경기가 얼어붙었던 2008년 9월부터 약 6개월간 감산했다. 이후 2년 여만에 다시 감산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엘피다는 PC 및 서버향 D램의 비중이 75% 수준이다. 서버를 제외한 순수 PC향 D램 비중만 50% 중반대는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추산이다. 엘피다가 사실상 이번 PC향 D램 가격 급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에 국내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은 오히려 더 공고해질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PC향 제품 외에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모바일, 서버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이 60%대일 정도로 불황에 강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엘피다가 40나노급 공정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국내업체와 해외업체간 기술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0나노급 공정으로 D램을 생산하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밖에 없다.
서주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이 급락하면 업체들은 통상 공정전환을 통한 원가절감으로 대응하지만, 엘피다가 감산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향후 1~2분기 내 공정전환이 어렵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1990년대 중반 D램업계에는 20개 이상의 업체가 있었지만, 지금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엘피다, 마이크론 등 네 개 업체가 사실상 과점하고 있다.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며 경쟁력 있는 업체들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이번 엘피다의 감산은 다시 한번 시장의 구조가 흔들리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엘피다와 마이크론이 빠른 시일내에 40나노급 이상으로 공정을 전환하지 못한다면 국내업체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