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우울증 환자, 총기난사도 살인미수 성립 안 돼”

초범이고 피해자와 합의 등 참작…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1심 유지

2010-11-10     한승진 기자

[매일일보=한승진 기자] 우울증에 걸려 자신의 집 베란다 밖으로 공기총을 난사한 30대 남성의 살인미수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고법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최재형)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공기총을 무차별 난사해 놀이터에 있던 A군을 다치게 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B씨에 대해 원심과 같이 살인미수죄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재판부는 “B씨가 A군을 조준해 쏘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공기총의 유효 사거리가 30m인 반면 유군이 총에 맞은 장소는 80m나 떨어져 있었고, 사건 시간(오후 7시 5분)이 야간으로 B씨가 A군을 잘 볼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또 “B씨가 전과가 없고, 우울증 때문에 약을 복용하는 상태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지난 1월 경기도 성남시의 한 아파트에 사는 B씨는 술을 마신 후 장롱에 있던 구경 5㎜ 공기총을 꺼내 납탄을 장전한 뒤 베란다로 나가 인근 놀이터와 주택가 골목길을 향해 수십발을 난사해 놀이터에서 놀던 A군의 왼쪽 무릎에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앞서 1심 재판부는 “B씨의 일부 진술, 개인총기 자료, 진단서 등에 따르면 A씨가 주거지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공기총을 사용한 점은 인정되지만, 초범이며 피해자와 합의된 점 등을 참작했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