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오리온 회장, 사정 칼날 맞은 내막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뭘?

2010-11-11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요즘 재계는 사정 바람에 바짝 움츠려있다. 이런 가운데 다음 타깃이 누가 될 것인지 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구 정권 시절 실세의 비호아래 급성장한 S그룹에서부터 최근 ‘미디어왕국’을 건설 중인 C그룹까지 실체 없는 ‘살생부’ 명단에 이름이 줄줄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제2의 도약을 위해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오리온그룹도 이들 중 하나다. 사정당국이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파다했다. 그랬던 것이 최근  소문의 실체가 한꺼풀 벗겨졌다. 실제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 <매일일보>이 그 내막을 알아봤다.

검찰, 담철곤 회장의 온미디어 시세차익과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
오리온 당황한 기색 역력…“국세청 조사에서 일단락 났는데, 왜?”

최근 검찰이 오리온그룹이 과거 미디어 계열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둔 정황을 포착,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동안 항간에 떠돌던 부동산 헐값 매각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도 조만간 수사에 착수할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검찰, 오리온 정조준 까닭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3부는 지난 8월께 국세청으로부터 담철곤(55) 오리온 회장의 시세차익 및 비자금 조성 의혹에 관한 각종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 회장은 2000년 6월 그룹 계열사인 온미디어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구입한 후 온미디어 지분을 취득하고 다시 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BW를 일부러 낮게 책정해 거액의 시세 차익을 거둔 의혹을 받고 있다. BW는 발행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일컫는다. 이후 담 회장은 2005년 온미디어 주식 16만여주에 대해 주당 2만5,000원의 BW를 행사했고, 1년 뒤에 온미디어를 상장하면서 액면가 기준 5만2,000원에 결정, 두 배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나아가 온미디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얹여 CJ그룹 계열사인 CJ오쇼핑에 4,345억원에 팔아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지난 6월 온미디어를 CJ에 주당 7만9,200원으로 넘겨 결과적으로 87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셈이다.

시세차익‧비자금 조성 의혹 본격 수사

검찰은 또 오리온그룹이 최고급빌라인 ‘청담동 마크힐스’를 신축하는 과정에서도 소유 부지를 헐값에 매각한 후 시공을 다시 계열사가 맡는 방식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 대해서도 11월 말을 전후로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은 서울 강남 청담동 일대 1,175㎡ 규모의 창고 부지 등을 2006년 7월께 두 개의 건설 시행사에 매각했다. 당시 인근 시세는 3.3㎡당 5,000만원을 호가했으나, 오리온은 3,000만원에 책정해 총 160억원에 소유 부지를 팔았다. 이후 한 개 시행사는 소유 부지를 다른 시행사에 매각했고, 그 다음 기존 시행사와 소유권을 넘겨받은 시행사가 손잡고 부지 개발에 나섰다.2008년 두 시행사는 650억원 가량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일으켜 최고급빌라 신축 사업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오리온의 건설계열사인 메가마크가 시공사로 참여하게 됐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오래전부터 뒷말이 돌았다. 검찰이 비자금 조성한 정황을 포착,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등의 얘기까지 나왔다. 더욱이 검찰 내사설이 나온 직후에도 ‘청담동 마크힐스’는 세간의 입방아에서 내려 올 줄 몰랐다. 불법 증축설에서부터 재벌기업 오너의 장녀의 분양설까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일부 사실로 드러난 부분도 있었다.

당시 오리온 측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대해 퍼트리는 자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오리온 “오해에서 비롯된 것”

그랬던 것이 최근 검찰이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도 조만간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리온그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오리온 홍보실 관계자는 “먼저 회장님의 온미디어를 통한 시세차익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국세청 조사에서도 대부분 해명됐다고 생각했으나, 이번 검찰 수사 착수는 의외”라고 밝혔다. 이어 “시세차익 부분은 온미디어의 설립 배경과 그 후 과정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진 오해”라며 “2000년 온미디어를 설립할 당시 국내 환경은 IMF에서 갓 벗어나는 시점이었고, 미디어산업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경향이 지배적이었던 상황이었다”며 “회장님은 이런 상황에서 온미디어를 설립하기 위해 해외투자자들로부터 600억원 현금 투자를 받고 나머지 모자란 150억원에 대해서는 BW를 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50억원 중 BW 외에도 워런트를 발행, 이를 회장님이 사들였는데, 이는 당시 투자 상황이 암울했기 때문에 해외투자자들의 안정장치 확보 요구에서 비롯됐다”며 “이후 온미디어가 우여곡절 끝에 설립된 후 몇 년간의 적자를 보고 2005년부터 흑자로 돌아서면서 회장님이 가지고 있는 워런트 역시 뛰어오르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관계자는 “청담동 부지 매각을 둘러싸고 오래전부터 말들이 많았으나, 이 역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매각했고, 시공 참여하게 됐다”고 일축했다. 한편, 오리온그룹은 동양가에 속하는 기업으로서 동양그룹 창업주 고 이양구 회장의 둘째 딸인 이화경 오리온 사장의 남편 담철곤 회장이 이끌고 있다. 현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 역시 맏사위로서 ‘동양가의 사위경영’은 재계에서도 유명하다. 현재 오리온그룹은 온미디어 매각을 기점으로 건설, 레저, 금융을 신성장동력축으로 삼고 제2의 도약 위한 행보를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