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독일 함부르크 한인들의 삶과 문화' 발간

2018-09-06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산업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이 되는 300여 명의 파독 조선기술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조사보고서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발간됐다.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2016년 독일 함부르크 한인동포에 대해 두차례에 걸친 생활문화 현지조사를 실시해 2017년 8월 <독일 함부르크 한인들의 삶과 문화>조사보고서를 발간했다고 6일,밝혔다. 보고서에는 그간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된 적이 있는 독일 파독 광부와 간호사에 대한 이야기에 더해, 한국이 세계 수준높은  조선 산업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이 되는 파독 조선기술자들의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어 의미가 있다.서울-부산간 자동전화가 개통되고,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던 1971~72년, 3차례에 걸쳐 독일에 파견된 조선기술자들은 함부르크 호발트 조선소에 3년 계약으로 근무하며 기술을 배웠다.근면 성실한 작업 태도로 독일인들에게 인정을 받은 한국인들은 3년 후에 대부분 귀국했지만, 45명의 인원은 현지에 잔류했다. 귀국한 조선기술자들은 이후 한국의 조선소 등에 취업해 배운 기술을 활용, 한국 조선산업 발전에 기여했다.한편 독일에 잔류한 조선기술자들은 그곳에 정착하여 일가를 이루고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비슷한 시기에 파견된 한국인 간호사들과 혼인해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이들 중 고인이 된 분도 있고, 다시 귀국한 분들도 있어 현재 독일 함부르크에 남아 있는 조선기술자는 20명가량 된다.국립민속박물관 조사팀은 이들 모두의 지난 이야기와 물건을 수집하는 한편  그 중 10명을 면담한 후 4인의 상세한 생애이야기를 보고서에 담았다.현재 독일 한인동포 사회는 2세대를 넘어 3세대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파독 1세대들은 고향이 한국이지만 본인이 묻힐 곳은 독일이라고 생각한다.일가를 이루고 살아온 곳이기에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반면 본인들은 섞일 수 없는 독일 사회의 영원한 이방인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파독 1세대인 광부 간호사, 조선기술자의 후손들인 2세대들은 부모 세대가 이룬 안정적인 바탕 위에서 좋은 교육을 받아 교사, 대기업 직원, 의사, 프랜차이즈 식당 CEO, 영화감독 등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이들은 한한가정(한국인 부모), 한독가정(한국인과 독일인 부모) 여부에 따라 서로 다른 특징을 갖는다. 먼저 한한가정의 자녀들은 스스로가 이민자이며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한국어를 사용할 줄도 알고, 한국의 문화와 예절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한국음식을 주로 먹기도 한다. 반면 한독가정 2, 3세대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스스로 독일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으며 사고방식도 보통의 또래 독일인과 같다고 할 수 있다.조사를 위해 만났던 독일 함부르크 한인동포들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기억하고 이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잊혀진다.”는 생각으로, 그들은 함부르크에 한인학교를 설립하여 후세대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또한 독일 사회와 건강한 관계를 맺고 서로 이해하며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독일인들을 대상으로 한국문화 소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본 보고서에는 이러한 그들의 노력과 모습이 담겨져 있다.향후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2017년 12월 독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과 공동으로 한국의 현대 생활문화와 19세기 전통사회의 생활문화에 대한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