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용성 '때 이른 봄 나들이' 채비∼
특별사면으로 돌아온 Mr. 쓴소리, 경영복귀 잰걸음
일각 '두산 봐주기', '박용성 구하기' 비난 여론 높아
두산 측 "경영활동 아닌,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전념"
지난 9일 청와대는 대통령 취임4주년을 맞아 특별사면(잔형집행면제) 대상자를 발표했는데, 박 전 회장과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이 혜택(?) 명단에 포함됐다.
박 전 회장은 사면이 결정된 다음날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룹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경영권 복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중순 예정된 (주)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물론 두산그룹 측에서는 박 전 회장의 경영복귀설을 일단 부인하며 당분간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이 이번 사면을 계기로 향후 두산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게 재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박 전 회장은 한때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국제유도연맹 회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대표적인 경영인으로서 활발한 대외 활동을 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7월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등이 드러나 최고경영자로서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검찰 조사에 들어가며 그 해 11월에는 그룹 회장직에서도 물러났고, 지난해 10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을 선고받아 두산중공업의 상근 등기이사직에서도 퇴임, 두산인프라코어의 비상근 사외이사직만 유지하고 있었다.이처럼 1년 넘게 경영에서 손을 떼온 박 전 회장은 이번 사면을 계기로 서서히 그룹 경영에 복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별사면, 박 전 회장 위한 '특별'한 배려?
그러나 법조계와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경제 살리기'라는 허술한 명분 아래 기업인들의 범죄를 눈감아주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사면이 결정되자마자 경영 복귀 운운하는 일부 기업인의 태도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전 회장의 경우 이미 재판 과정에서부터 '솜방망이 처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난 여론을 들어왔던 터라 '판결문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사면되면서 또 다시 '두산 봐주기', '박용성 구하기' 등의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청와대는 이번 사면 발표를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앞당겨 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이전에 단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정부가 특사 시기를 앞당기기로 한 것은 박 전 회장이 IOC 위원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한 배경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보도 직후 청와대 윤승용 홍보수석은 정례브리핑에서 "사면을 하겠다는 계획은 있으나 사면 대상과 시기는 아직 결정난 게 없다"고 부인하며 "사면복권은 취임 4주년, 3.1절 등 날짜가 그 계기가 되지 사면 대상자의 형편을 고려해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특별사면은 노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오르기 전인 지난 9일 발표됐다. 결국 청와대의 이런 배려 아닌 배려 덕에 박 전 회장은 불과 15개월 만에 사면을 이유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경영복귀 수순을 밟을 수 있게 된 것 아니냐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두산그룹 측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오너 일가의 사면 소식을 반기면서도 경영복귀에 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두산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꼭 경영에 나선다기 보다는 그룹의 중요사항에 관해 주주로서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정도로 봐야 한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지금 당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회장 의중을 일일이 알 수는 없다"면서도 "물론 박 전 회장이 앞으로 경영 쪽으로도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박용현, 용만 등 오너 일가 경영 전면에 나서
한편 이번에 박 전 회장과 함께 사면된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은 사면 직후인 지난 12일 노 대통령의 유럽 순방길에 한-스페인 경협위의 한국측 위원장 자격으로 동행했다.
박 부회장은 이미 연초부터 사면을 기대한 듯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여왔다. 지난 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두산그룹 최고경영자 세미나를 주재하고, 같은 달 베트남에서 개최된 두산중공업의 현지 생산기지 착공식에 오너 일가로서 참석, 행사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두산가 4남이자, 박 전 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인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 역시 최근 두산산업개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 본격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섰다.
두산산업개발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어 박용현 이사를 대표이사 회장으로 신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지택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정지택 대표이사 사장과 박용현 대표이사 회장 체제로 변경됐다.
박 이사는 서울대 병원장을 지내 뒤 두산그룹 장학학술 재단인 연강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해 왔지만, 그룹 경영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대표이사 선임을 계기로 그룹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내부 경영활동은 물론 대외적 인지도 역시 높여나갈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조만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에 선임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신임 박 대표이사는 대외적 활동에 치중할 계획이고, 회사 경영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정 사장 중심의 체제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