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대구’, ‘라쿤광주’를 아시나요?
심시티서울’, ‘마계인천’, ‘갱스오브부산’…신지역주의 용어들 ‘우글’
2008-02-23 한종해 기자
듣기에도 생소한 신지역주의 용어들이 인터넷에 넘쳐나고 있다. 특히 사건사고 관련 인터넷 뉴스 의견쓰기 란에는 어김없이 이런 용어들과 함께 특정 지역을 비하 경멸하는 네티즌들의 댓글들이 올라와 ‘인터넷 놀이문화’로까지 자리 잡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줘 우려를 낳고 있다.
이 같은 신지역주의 용어들이 인터넷에서 남발됨에 따라 하루빨리 인터넷 실명제를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구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경우 독자의견란에 ‘고담대구’라는 댓글이 줄을 잇고 광주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경우에는 ‘라쿤광주’라는 용어가 붙는다.‘고담대구’는 고담시티(소돔과 고모라의 앞뒤 글자) 즉, 배트맨이 지키는 도시로, 배트맨도 못 지킨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대구지방경찰청을 거쳐 간 한 청장은 당시 취임사에서 “대구는 요구르트 독극물, 총기 강도, 염산테러, 지하철 폭발 및 방화 등 ‘이상한 사건’들이 발생하는 곳”이라며 “앞으로 이곳(대구)에서 치안 때문에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을 정도다.‘라쿤광주’는 일본게임이나 영화에 나오는 바이오해저드(생물학적 오염지역)로 T바이러스에 오염돼 도시 전체가 좀비의 세계가 된 곳인 라쿤시티에서 온 말이다. 라쿤시티는 처음에 국가에서 SWAT TEAM(미 정예 특수부대)을 투입해서 무력진압을 시도하다 엄청난 좀비 수에 밀려 최후에는 도시에 핵폭탄을 떨어뜨려 도시전체를 날려버리게 된다.신지역주의 용어 게임ㆍ영상산업과 밀접한 관련
예전 지역감정이 심할 당시 회자된 ‘경상도 문둥이’, ‘전라도 깽깽이’, ‘충청도 핫바지’ 등의 용어들과 비교해 보면 지금의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용어들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게임이나 영상산업 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부산의 경우 영화 ‘갱스 오브 뉴욕(Gangs fo Newyork)’에 빗대 “갱스 오브 부산”이라고 부르는 가하면 인천은 ‘마계촌’이라는 게임에서 착안해 “마계인천”이라고 칭하고 있다.서울의 경우 이명박 전 시장이 청계천, 뉴타운 등으로 서울의 재개발을 주도한 것과 관련 네티즌들은 “심시티 서울”이라고 부르고 있다.심시티(Simcity)는 미국의 맥시스(Maxis)사(社)가 1989년 개발한 도시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사용자가 직접 시장이 돼 기본자금을 가지고 황무지에 도시를 건설해 나가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각 지역과 도시를 비하하는 말들은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난개발로 인해 도시전체가 황폐화 되는 것을 비하한 ‘뉴올리언스 수원’(뉴올리언스는 2005년 카트리나 허리케인의 피해로 미국 역사에 남을 정도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도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인터넷 용어의 한 예라 할 수 있다.사회통합 저해할 수 있다…인터넷 실명제 주장
한 누리꾼은 “대구 X들 중에서 사기꾼 아닌 사람들 없고 깡패 아닌 사람들 없다”고 비난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광주관련 사건 뉴스와 관련 “여수, 순천 반란사건, 5ㆍ18광주 폭동들도 이제 보니 전부 전라도 X들이 일으켰지. 전라도 XXX들 폭도들이 이제 깡패 짓까지 하는 구나”라고 비하했다.이 같은 일부 네티즌들의 지역주의 조장 댓글에 대해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사건은 그냥 사건일 뿐 지역과 결부시키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preety1519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사건은 그냥 사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말도 안되는 논리로 지역감정을 확대시키는 것은 저질적인 행위이며 대한민국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그는 “거주지역은 거주지역일 뿐”이라며 “욕먹을 사람은 사건의 행위자 인데 왜 지역을 욕하느냐”고 질타했다.전문가들은 특정 지역에 대한 편견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과 없이 누리꾼들에게 전달되고 그대로 표출되고 있는 만큼 인터넷 예절인 ‘네티켓’을 공교육과 언론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인터넷 실명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물론 이 같은 지역주의 용어의 출현은 재미를 추구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가벼운 말장난’정도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수위가 지나칠 경우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도 있는 만큼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