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질주하는 흉기’ 졸음버스 특단의 대책 세워라
2018-09-11 이상민 기자
[매일일보 이상민 기자] 지난 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한 장례식장에서는 한 부부의 장례식이 있었다. 한날한시에 치러진 이들 부부의 장례식은 전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이들 부부가 최근 빈발하고 있는 고속버스 졸음운전의 희생자이기 때문이다.이들 부부 장례식의 상주(喪主) 자리는 열여섯 살 난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이 지켰다. 그는 연신 옆에서 오열하는 열두 살짜리 여동생을 달래기 바빠 미처 자신은 울 겨를도 없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그는 슬픔보다는 분노에 차 있어 차마 울지 못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그는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도 분노와 억울함을 숨기지 않았다.“나와 동생은 부모님을 잃었다. 한 가족이 풍비박산이 났다. 그런데 사고 운전사는 다쳤다는 이유로 사과 한마디 없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사고 버스업체의 책임자는 얼굴도 못 봤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난다.”그는 지난 7월 경부고속도로에서 광역급행버스(M버스) 추돌사고가 나고 불과 2달도 안돼 똑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당시를 돌이켜보면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은 사고 후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다시는 졸음운전 사고로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그리고 불과 2달 새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됐다. 이군의 분노를 달래줄 군색한 변명마저 찾기 힘들다.공무원들이 대책을 세운답시고 떠들썩하게 회의를 하고 그 결과를 카메라 앞에서 대대적으로 발표한 뒤에도 정작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사고 이틀 뒤인 지난 4일 국토부는 부랴부랴 “모든 고속버스 업체에 대한 특별교통안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연내 모든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에도 전방충돌경고장치(FCWS)와 차로이탈경고장치(LDWS)를 장착하기로 했다”도 밝혔다.문제는 이 대책이 두 달 전 경부고속도로 사고 후 내놓았던 안전대책과 똑같다는 것이다. 기껏 달라진 것이라곤 광역·시외버스와 화물차량만 대상으로 했던 대책을 고속버스를 운행하는 대형 운수업체까지로 확대했다는 것뿐이다.두달 전 김현미 장관의 말대로 다시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또 다시 발생했는데 두달 전과 같은 대책으로,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이유다.버스에 의한 이런 참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누구든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은 더 하다. 그리고 그 사고로 인해 단란했던 한 가정이 한 순간에 풍비박산이 나는 등 그 피해와 고통은 실로 심각하다.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공무원들이 깨닫고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서둘러 세워주기 바란다.공무원들이 대책을 세운답시고 책상에 모여 회의를 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고속도로를 수많은 버스들이 질주하고 있고, 국민들은 다음 피해자가 혹시 나이지는 않을지 불안에 떨고 있다.더 이상 이 땅에 또 다른 이군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대한민국과 우리사회는 이군의 분노에 응답하고 억울함을 달래줘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