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중국…한국 기업 피해 ‘눈덩이’
사드 배치 보복에 현지 진출 기업 경영난 심화
롯데 시작으로 한국 기업 ‘탈중국’ 도미노 우려
2018-09-18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북한의 핵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사드 추가 배치로 중국의 경제보복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지 진출 한국기업들의 경영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보복이 심화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를 직접적으로 상대해야하는 기업의 피해가 큰데, 대표적인 예가 현대·기아차다.올해 들어 8월까지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누적 판매량은 57만697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4만3496대보다 44.7% 급감했다.판매량 부진에 현지 부품업체들의 납품 중단이 중단되면서 현대차의 중국 공장이 최근 중단과 가동을 반복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중국은 현대·기아차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지난해 기준 양사의 세계 판매량 가운데 중국에서의 판매량 비중이 현대차 23.5%, 기아차는 21.5%에 달한다. 중국에서의 판매량 급감은 결국 전체적인 해외 매출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현대차의 중국 파트너사인 베이징기차가 납품가 인하를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현대·기아차는 “철수는 없다”고 못박고 있지만, 사드 국면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판매량 부진에 따른 경영난을 쉽게 타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현대·기아차 중국 공장에 타이어를 납품하는 금호타이어 중국공장도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현지 은행 빚이 1900억원에 달하는데, 사드 갈등으로 현지 은행의 만기 연장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배터리업계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인증에서 한국 기업을 노골적으로 배제하면서 삼성SDI와 LG화학이 지난해 4차 인증을 통과하지 못했고, 현재 준비 중인 5차 인증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양사는 지난해 중국에서 각각 386억원, 175억원의 손실을 냈다.유통업계는 중국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사업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는 최근 중국에서 롯데마트를 철수하기로 결정했고, 롯데칠성음료, 롯데홈쇼핑 등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이마트도 연내까지 철수를 완료할 계획이며, CJ오쇼핑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오리온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 급감했고, 현지 계약직 판촉사원 규모도 20% 가까이 축소했다.업계 관계자는 “사드 추가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여 현지 사업의 존폐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런 가운데 정부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지금은 북핵과 미사일 도발 등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WTO 제소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