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대금 일부로 제시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예치금 1조2000억원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한 현대차그룹을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 현대차그룹의 예비협상 대상자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 재검토는 없다"며 논란 확산 차단에 나섰다.
현대그룹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예비협상 대상자 지위를 박탈해 줄 것을 매각주간사에 공문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자금조달 증빙과 관련해 언론에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현대차가 비밀유지의무조항 위반 및 채권단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 금지조항을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현대그룹은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이뤄진 채권단 심사 당시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이 나티시스은행에 예치한 11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 예금잔액 증명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총자산 215만8000유로(약 33억원) 규모의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이 1조2000억원의 막대한 예금을 보유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예금이 아니라 현지 차입금일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본입찰 마감 후 예금잔고를 확인해 문제가 없지만, 향후 자금의 성격에 대한 추가 확인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전날 "아직 MOU(양해각서) 체결 전이니까 자금성격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논란이 커지자 인수자금의 성격을 분명히 하라며 채권단을 압박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인수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갖고 해달라는 입장을 (채권단 측에) 전달했다"며 "금융시스템에 중요한 사항인 만큼 금융당국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스톡옵션을 발행한 뒤 나중에 워크아웃을 했던 것처럼 단기적으로 자금을 넣었다가 나중에 실제 조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 뒤 "채권단은 매각 자체를 재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자금을 실제로 조달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를 변경하기 위해 재검토하는 일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그런 사안들은 앞으로 양해각서(MOU) 및 주식매매 계약서(SPA) 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보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