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보행권 침해하는 '서울 거리', 각종 유해물질 쏟아져

2007-02-25     매일일보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서울시내를 걷다 보면 지하철환기구, 불법주정차 차량 혹은 가로수, 노점상 등에 점령 당한 보행자 도로를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또 휠체어로 이동하거나 유모차를 끌고 가기에 벅찰 정도로 '좌우로 기운', '언덕'같은 보행자 도로나 곳곳이 패인 '도로 아닌 도로'도 한 두 곳이 아니다. 실제 지하철 환기구가 보도폭의 35%를 잠식하고 있고, 불법 주차된 차량 수가 100m 당 4대가 넘는다는 현장 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는 등 시민들의 보행권이 크게 침해받고 있다. ◇지하철 환기구 보도폭 35% 잠식 25일 ㈔녹색교통운동이 시내 12개 지점에서 실시한 보도위 지하철 환기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균 보도폭은 6.57m 중 평균 환기구폭은 2.21m(34.5%)에 달했다. 조사지점은 약수역, 종로, 대학로, 미아삼거리, 동대문, 건대입구, 신천역, 천호역, 영등포, 신촌, 테헤란로, 여의도역 일대. 이 가운데 여의도역 부근이 54.5%로 가장 높았고, 테헤란로가 16.1%로 가장 낮았다. 1km당 환기구수는 천호역 부근이 26개로 가장 많았으며 신천역 부근이 1개로 가장 적었다. 강남과 강북으로 나눠 비교를 해보면, 보도를 차지하고 있는 환기구폭의 비율이 강남 31.5%, 강북 36.6%로 조사됐다. 녹색교통운동 측은 "보도에 있는 지하철 환기구는 보행공간을 잠식하고 있고, 배출되는 각종 유해물질은 보행자들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주정차 차량 100m당 4.3대 ㈔녹색교통운동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시내 38개 도로에서 보도위 불법주정차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보도 길이의 23.7%를 자동차가 잠식하고 있다는 발표한 바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보도 100m 당 평균 주차 대수는 오전 4.4대, 오후 4.2대. 이는 전체보도의 23.7%(오전 24.2%, 오후 23.2%)를 자동차가 점령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수치. 지역별로는 상업지역이 오전과 오후 모두 100m 당 6.4대로 가장 많았고, 주거지역이 오전 3.7대, 오후 3.6대, 공업지역이 오전 3.3대, 오후 2.7대, 중심업무지구가 오전.오후 1.8대 등의 순이었다. 불법 주차된 차량을 차종별로 살펴보면, 승용차의 비율이 절반 이상(상업지역 79.0%, 공업지역 63.9%, 주거지역 54.3%, 중심업무지구 51.5%)으로 압도적인 비율을 보였다. 녹색교통운동 측은 이와 관련 "서울시내 보행환경이 개선되고 있지만 보도상의 불법주차로 인해 시민들은 여전히 보행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끊기고 패이고 기울어진 '엉터리' 보행자도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지난해 8월부터 10월말까지 실시한 서울시내 보도 조성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민들의 보행권을 침해하는 사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육교, 지하도, 가로수 또는 노점 등으로 보행공간이 좁아진 경우도 허다했으며, 각종 매설물과 훼손된 포장으로 인해 '울퉁불퉁'해진 보도 역시 열악한 보행환경을 여실히 보여줬다. 실제 서초구 교대역 부근 등에서는 승용차를 인도에 바짝 댄 뒤 내릴 경우 차문이 보도 턱에 걸릴 정도로 높은 턱(32cm)이 발견됐다. 또 아차산역 1번 출구 앞, 광화문우체국 옆, 강남역 1번 출구 앞 등은 좌우로 심각하게 기울어져 '언덕'을 연상하게 했다. 특히 자동차 진출입로로 인해 보도가 끊긴 곳도 많았다. 이화초교 사거리, 서초경찰서 앞, 성북구보건소, 국제전자센터 출입구, 서초가구백화점 주차장 출입구 등이 대표적인 곳. 정석 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서울시 자체의 보도 설치기준을 수립해 최소보도폭 기준을 2m로 강화하고 시설물 설치시 추가기준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석높이 기준을 현행 25cm에서 15cm로, 횡단경사기준은 현행 4%에서 2%로, 연석 경사로 기울기 기준을 현행 8%에서 5%로 각각 낮춰야하며 자세한 횡단보도 설계기준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시 "끊긴 보도 잇고, 불법주정차 원천봉쇄" 한편 서울시는 운전자들이 일반보도에 비해 낮게 설치된 횡단보도 등의 낮은 턱을 이용해 보도로 진입, 차량을 불법주차하는 것을 막기 위해 턱의 폭을 1.0~1.5m 수준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특히 아파트단지 및 건물주차장 진출입부에서 보도가 단절되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보도와 차도 높이를 일정하게 조정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횡단보도 등에 설치된 보도 턱 낮추기 시설과 볼라드 등이 보행자들의 통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쾌적하고 안전한 보행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점차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김종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