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도발]전사 서정우 병장, ‘말년휴가’ 하루 앞둬

2011-11-23     매일일보
[매일일보] “지금의 아픔이 혹은 고통이 혹은 슬픔이/ 끝나지 않는 터널처럼 여겨질지라도/ 그 터널 끝의 작은 빛이라도 찾자/ 어쩌면 우리는 언젠가는 끝날 것들 때문에/ 지금 또 무언가의 소중함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23일 북한의 갑작스런 해안포 사격으로 전사한 서정우 병장(21·광주 남구)이 미니 홈피에 남긴 게시판 글 가운데 하나다.

미니 홈피 사진첩에 '그리운 민간인'이라는 코너까지 만들 정도로 전역과 사회 복귀를 손꼽아 기다려온 서 병장은 안타깝게도 13박14일의 꿈같은 '말년휴가'를 앞두고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야 꼭 떠라. 휴가 좀 나가자'라는 제목으로 미니 홈피에 남긴 마지막 일기에서 그는 '드디어 이사가 끝났다. 내 군생활에도 말년에 침대를 써 보는군. 내일 날씨 안좋다던데 배 꼭 뜨길 기도한다'고 적고 있다.

기상 여건과 G20 비상근무 때문에 휴가가 계속 미뤄진 때문인지 지난 7일에는 '집에 가기가 쉬운 게 아니구나'는 글귀를 남겼다.

입대 시기에 남긴 글도 눈에 띈다. '친구들과 더 놀면서 추억 많이 만들고 싶었는데 슬프다. 보고 싶을꺼다. 잘 지내고 있길 모두'.

미니 홈피를 통해 그의 당당한 군생활과 가식없는 소박한 삶을 접한 네티즌들은 방명록과 댓글을 통해 서 병장의 사망에 깊은 애도듸 뜻을 표했다.

한 네티즌은 "하루만 빨리 (휴가) 나왔더라면... 안타까워 미치겠네"라고 적었고, 또 다른 네티즌은 "배타고 집에 오셔야지, 왜 하늘나라로"라며 슬픔을 나눴다.

또 이종사촌으로 보이는 한 방문자는 "형 왜 전화 안 받아? 오늘 휴가나온거 맞잖아. 동명이인이잖아. 사람들이 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 안죽은 사람한테. 나 이렇게 울고 있는 거 처음이야. 그니까 전화 받아"라고 적어 네티즌들의 심금을 울렸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