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최태원 SK 회장, 제2의 'SK글로벌 사태' 직면 하나

소버린 사태 이후 최대 또 한번의 고비 맞은 SK 젊은 수장

2010-11-25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그는 재계 2세들 가운데 가장 먼저 최정상에 오른 인물이다. 올해 나이 지천명(50)을 갓 넘겼다.

40대 초반에 재계 3위의 그룹 수장에 오른 그에 대한 재계의 시각은 비관적이었다.

아직 경영 능력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그는 2005년 소버린 사태를 겪은 후 자신만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과감한 투자와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온 힘을 쏟았다. 

특히 중국 사업엔 온 정열을 다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요즘 최 회장은 국내외 안팎으로 터진 악재들로 인해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SK 계열사들, 국세청.검찰 등 사정당국에 난도질 당해…그룹 전체 '악영향' 우려
SK 제2 성장동력원 ‘해외 사업’ 적신호 ‘깜빡’…경영 능력 의심받는 ‘최태원’ 

최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이 소버린 사태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주력 계열사들이 하나같이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재를 만나 허우적거리고 있다.

SK, 사정칼날에 ‘초상집’

최근 국세청이 SK텔레콤에 대한 세무조사를 전격 단행했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이 나선 만큼, 단순한 정기세무조사라기 보다 ‘비자금 조성 및 탈세’등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때문에 혹여 이를 계기로 그룹 전체로까지 수사가 확대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뿐만 아니다. 요즘 정재계에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 ‘청원경찰 입법로비’ 사건과 관련해서도 SK가 연루돼 도마에 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정치인들에게 불법 정치 후원금을 전달한 기업들을 고발 조치했다. 이들 중 SK브로드밴드가 포함돼 있다.

최 회장의 입장에서는 SK브로드밴드(이하 SKB)가 꼭 ‘계륵’만 같다. SKB를 설립할 당시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설립, 이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SKB의 실적은 바닥을 쳤다. 또, SK커뮤니케이션즈도 요즘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2003년 세계 최초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싸이월드를 인수했지만 싸이월드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된 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지서 고배를 마셨다. 싸이월드는 최근 국내에서도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이들 외에도 최 회장을 괴롭게 만드는 계열사가 있다. 바로 SK건설.

SK건설은 경기도 일산 MBC제작센터 수주과정에서의 특혜 시비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가하면, 부산 용호동 오륙도 SK뷰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도 시행사와 이면계약을 맺고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SK건설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도 세간의 질타를 받고 있다.

해외 사업도 ‘삐거덕’

최 회장의 고민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그를 가장 고민케 하는 건 따로 있다. 바로 중국 사업.

최 회장은 그룹의 제2 성장동력원을 해외 사업에서 찾았다. 미국을 비롯한 베트남 등 해외 곳곳에 SK법인을 세우고, 전방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중국은 그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중국 내수기업화)’를 표방한 SK는 지난 9월 상하이에서 이사회를 개최할 정도로 중국에 온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심지어 SK그룹의 인사 고과에는 HSK(중국어능력시험) 성적이 일정 부분 반영될 정도이며 최 회장의 자녀도 중국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사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못내고 있다. 오히려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중국 사업이 현지 정부의 규제가 심한 통신서비스와 막대한 자금이 요구되는 에너지사업 외에는 돈이 될 만한 사업을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 이에 최 회장이 지난해 말 베이징에서 계열사 CEO 세미나를 열고 지지부진한 중국 사업에 대해 질타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9월 단행된 SK차이나의 인사 조치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다.

기존에 중국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한 김태진 경영지원담당(CMS) 사장이 미국에 교육연수 형식으로 물갈이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책성 인사’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지주사 전환도 ‘난항’

지주사 전환도 최 회장의 중요 고민거리 중 하나다. 전환을 선언한 지 3년이 흘렀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지난 2007년 지주사 전환을 선언한 후 최 회장은 그동안 지주사 SK(주)를 정점으로 SK텔레콤 등 7개 회사를 두는 체계로 지배 구조를 단순화시켰으며, SK가스와 SK건설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하지만 완전한 전환을 이룬 것은 아니다. 아직도 진행형이다. SKC&C가 지주사인 SK(주)의 지분 31.8%를 보유하고 있고, SK C&C의 지분 44.5%를 최 회장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중 지주사’라는 기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또,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도록 돼 있는데, SK(주)는 SK증권을 소유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의도적으로 전환을 늦추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도 최 회장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때문에 최 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와 약속한 지주사 전환 마무리 시점인 내년 7월까지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경영 능력 의심받는 젊은 수장

재계에서는 이런 저런 고민에 휩싸여 있는 최 회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SK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하나같이 각종 악재에 휩싸여 있는 것과 적신호가 켜진 해외 사업, 그리고 지주사 전환 문제 등으로 자칫 오너인 최 회장의 경영 능력을 의심하는 시각마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소버린 사태 이후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고 진단한다. 더구나 지주사 전환이 막바지에 다다른 시점에서 ‘사촌 간 계열 분리설’이 점점 더 탄력을 받고 있다. ‘따로 또 같이’를 표방한 SK그룹은 현재까지 사촌 형제간 사이좋게 경영을 맡고 있다. 고 최종현 회장의 아들인 최 회장이 그룹 전체를 맡고 있고, 그의 친동생 최재원 부회장은 SK E&S를 경영하고 있다. 반면 SKC와 SK케미칼 등 그룹 내 화학·소재 계열사는 SK그룹의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아들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이 사실상 독자경영을 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주사 전환이 임박한 시점에서 사촌 간 계열분리 수순으로 접어들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재계에서는 이른 나이에 최정상에 오른 최태원 회장이 이런 수많은 악재들을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나갈 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