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건설 인수 진통 겪는중...채권단 '인수자금 출처'요구

2011-11-28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일부 인수자금을 놓고 불거진 논란이 현대건설 매각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인수자금으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으로 부터 조달한 1조2000억원에 대해 구체적인 대출계약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양해각서 전 대출계약서 제출 요구는 입찰규정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이 끝까지 자금증명을 거부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박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초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주식매매 약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한 날짜는 29일이다. 하지만 자금 증명을 놓고 채권단과의 팽팽한 대치로 이날 양해각서가 체결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28일 "프랑스 은행에서 조달한 돈의 성격에 대해서는 차입금이라고 밝혔고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29일 예정대로 양해각서가 체결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그룹측은 앞서 26일에도 공식자료를 통해 "채권단이 적법하게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에도 아무런 근거없이 현대건설 주식매매 관련 양해각서를 맺지 않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자금으로 마련한 자금에 대한 출처 논란이 일자, 지난 23일 현대그룹에 나티시스은행의 예금 1조2000억원과 동양종금증권 자금 7000억원에 대한 소명을 요청했다.

현대그룹은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의 1조2000억원은 자산담보 없이 빌린 대출금이고, 동양종금증권의 7000억원은 2년9개월의 풋백옵션(주식 등을 되팔 수 있는 권리) 조건이 달린 대출금이라고 서면으로 밝혔다.

채권단은 이 같은 답변이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에 "28일까지 대출계약서 등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충분히 자금에 대한 증명을 했으며, 더 이상의 자료제출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늦어도 법과 입찰규정에 명시된 시한인 29일까지는 MOU를 맺어야 한다"고 채권단을 압박하고 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끝까지 대출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대응방법을 놓고 법률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대그룹은 자금에 대한 의혹의 진원지로 현대차그룹을 지목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데 이어 29일 계약위반 등을 들어 5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방침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난 16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부터 현대차그룹은 입찰규정상 이의제기 금지조항을 어기고 언론 및 정·관계를 상대로 사실과 다른 근거없는 의혹들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허위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게 하고, 정치권으로까지 인수전 관련 논란이 확산되도록 한 것은 명백한 계약침해행위"라고 비판했다.

현대그룹은 앞서 현대자동차를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고소장 내용을 검토한 뒤 조만간 현대그룹 관계자와 현대차 관계자를 불러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