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노무현 대통령, 열린우리당 당원께 드리는 글

2007-02-28     매일일보

존경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통령 노무현입니다.

먼저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진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의 민주적이고 책임 있는 행동이 성공적인 전당대회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참으로 훌륭한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당원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제 당을 떠납니다. 떠난다 생각하니 너무 섭섭하여 ‘탈당’이라는 말 대신 굳이 ‘당적정리’라는 말을 써 봅니다만, 당을 떠난다는 결론은 피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떠나는 허전함이 있기는 하지만, 전당대회를 통해 당이 흩어지지 않고 정체성을 지켜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큰 위안입니다.

열린우리당은 대한민국 민주세력의 역사적 정통성을 이어가는 정당입니다. 열린우리당의 창당을 ‘분당’이라고 나무라는 사람들이 있고 형식적인 과정은 그런 점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역사의 대의에 비추어 보면 그것은 결코 부도덕한 분당이 아니라 민주정당의 정통성을 복원하고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역사적 결단이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국민통합의 정당입니다. 87년 6월항쟁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민주적 열망의 구심점 역할을 하던 민주정당이 87년 대선을 계기로 지역당으로 분열한 이후 15년간 계속되어 온 분열의 상태를 극복하고자 창당한 정당입니다. 열린우리당은 또한 개혁정당입니다. 오랜 군사독재 속에서 파생된 권위주의와 당리당략, 권모술수의 정치문화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만든 정당입니다.

2003년 창당은 국민통합과 새로운 정치를 위해 모두가 다음 선거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기득권을 포기하고 몸을 던진 국회의원들의 자기희생의 결단과 우리 정당사상 처음으로 스스로의 호주머니를 털어 전당대회에 참여한 당원들의 역사적 사명감이 만들어낸 우리 정치의 새로운 이정표였습니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지금도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을 헤쳐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저의 책임이 큽니다. 당원 여러분께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당원들이 단합하고 당도 성장하여 국민 속에 굳건한 뿌리를 내리고, 마침내 우리나라의 정치발전을 선도해 갈 것으로 굳게 믿습니다.

존경하는 당원 여러분,

그럼에도 제가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당을 떠나는 것은 개인적으로 가슴 아픈 일일 뿐만 아니라 한국정치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대통령을 지내신 세 분 모두가 임기 말에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을 떠났습니다. 잘못된 일입니다. 책임정치의 취지에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임기가 끝난 뒤에도 당적을 유지하는 전직 대통령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저의 역량 부족으로 한국 정치구조와 풍토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단임 대통령의 한계입니다. 야당은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이 선거 전략상 유리하게 되어 있으니 자연 대통령은 집중 공격의 표적이 됩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차기 후보가 아니니 맞서 대응하기가 어렵습니다. 여당 또한 대통령을 방어하는 것보다 차별화하여 거리를 두는 것이 유리하게 생각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에 빠지지 않으려면 대통령이 차기 선거에서 여당후보에게 도움이 될 만큼 국민의 지지가 높아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역량이 부족하여 그렇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여당이 저와 책임을 함께 하겠다고 하려면 막강한 언론과 맞서 싸울 각오를 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 내부에서 저의 당적 문제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되고 심지어는 다수의 국회의원이 당을 이탈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물론 당에서 공식적으로 저의 당적정리를 요구한 바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적지 않은 의원들은 저의 당적정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론상 당론을 정하자고 할 수도 있는 일이나 그렇게 되면 당이 시끄러워질 것입니다. 일부 당원과 저 사이에도 갈등이 생길 것입니다. 제가 당적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정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국민의 지지를 지켜내지 못한 저의 책임입니다.

다행히 2·14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 구성된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시점에서 제가 당적을 정리할 수 있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당원 여러분,

야당은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나아가 중립적인 선거관리를 위해 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선진 어느 나라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하고 있습니까? 심지어 국회의원 선거에 지원유세까지 자유롭게 하고 있습니다. 왜 한국만 당의 이름을 걸고 당원들의 노력으로 당선한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만 되고 나면 중립이 되어야 합니까?

과거 한나라당 대통령은 여당에 불법으로 거액의 선거자금을 마련해 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런 불법을 하지 않습니다. 국민의 정부 이래 지금까지 정부가 선거에 가담하거나 편파적인 선거관리로 문제가 된 일이 없습니다. 중립내각 운운하는 것은 상투적인 정치공세입니다. 이제 낡은 정치공세는 그만두어야 합니다.

이유야 어떻든 저는 임기 말년에 차기 선거 때문에 당을 떠나는 네 번째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저는 임기 말 당을 떠나는 마지막 대통령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정치제도와 문화가 개선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존경하는 당원 여러분,

저는 비록 지금 당적을 정리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성공을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가 애초에 가졌던 국민통합과 새로운 정치라는 창당정신이 온전히 지켜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이 멀리 내다보고 나라의 역사를 열어가는 정당이 되기를 바랍니다. 당원 여러분께서 치열하게 노력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저는 저에게 주어진 소임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습니다. 임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국정운영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한국 정치발전이라는 역사의 큰 길에서 언젠가 여러분과 다시 함께 어깨를 같이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