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원도 전통시장] 속초관광수산시장, 군것질만 '풍성'

안내 없는 주차대기 “30분은 기본”
장보기 고객 기다리는 ‘건어물·야채·수산물’ 상인 한숨만

2018-10-02     나기호 기자
[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이번에는 추석 연휴가 길어서 그런지 가족 단위로 놀러 온 관광객들이 많네요. 그 덕에 우리 집은 작년보다 매출이 조금 좋아졌어요. 그런데 뒤 돌아보세요. 건너편에 문 닫은 가게는 수두룩합니다. 수산물시장에 맞지 않게 군것질로만 유명해져서 큰일이에요”지난 1일 강원도 속초시 중앙동 소재에 위치한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건어물을 판매하는 50대의 한 가게 주인이 이같이 말하고, 웃음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이날 기자가 찾은 강원도 전통시장 중 하나인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추석을 앞두고 장기 연휴를 즐기기 위해 전국에서 올라온 관광객들로 붐볐다. 시장 입구에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줄이 좁은 보도를 넘어 도로까지 이어졌다. 시장 상인들은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음식과 한약재, 의류, 건어물 등 다양한 강원도 특산품을 펼쳐났고, 모락모락 솟아나는 연기로 코끝을 자극하는 음식 냄새는 사람들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이러한 모습을 30분이 넘게 한없이 줄지어진 차 안에서 구경한 기자는 안내도 없는 주차를 어렵사리 마친 뒤 서둘러 시장 입구로 향했다. 아케이드 지붕으로 형성된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식욕을 자극하는 먹거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달인의 손으로 만들어낸 씨앗호떡과 향긋한 숯불로 구운 닭꼬치와 문어꼬치, 부드러운 유기농 우유 아이스크림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다양한 먹거리는 전통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눈요기와 포만감을 안겨줬다.다만 시에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부대행사는 장사에 방해되지 않는 한쪽 구석에서 미니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돼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슬슬 사람들에 치여 피하고자 들린 곳은 시장 중심지에 자리 잡은 수산물센터였다. 지하 1층에 모여있는 수산물 시장은 군데군데 회를 먹기 위해 찾은 가족 단위가 많았다. 하지만 계단 밖에 넘쳐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좀처럼 이곳을 향하지 않았다.한 횟집 주인은 옆집 가게에 큰 소리로 “이러다가 몇 팀만 받고 집에 들어가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라고 말했다. 그리고 연신 관광객들이 내려오길 기다리듯 입구만 쳐다보고 있었다.입구 반대편으로 올라온 1층에는 건어물과 젓갈을 파는 가게들이 있었다. 한산한 기운이 맴도는 이곳은 수십여개 가게 중 단 몇 군데만 장사를 하고 있었다. 더욱이 가게 앞 벤치에는 시장 한 열만 가득 매어진 인파에 지쳐 잠시 쉬기 위해 모인 사람들뿐.건어물을 판매하는 주인 A씨는 “예전부터 군것질거리가 인기가 워낙 많아 잘되는 거리만 인파가 몰린다”며 “매년 문 닫는 가게도 점점 증가해 걱정이 많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시에서도 이번에 전통시장 활성화를 명목으로 상품권 구매와 장보기 동참을 권장했지만, 수산물 쪽이면 모를까 정작 이 주변 상인들은 상품권 구경도 못 한 사람들이 수두룩 할 거”라며 “시장 체제 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속초시는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해 전국 지자체 및 관계기관 등에 추석 명절 선물 등 속초 특산품 구매 홍보를 강화하고 시장 주변 관광객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은 내비게이션에 의존해 찾은 관광객들을 위한 주차 안내는 전혀 볼 수가 없었고, 대대적인 전통시장 홍보는 오히려 위축된 우리 시장 상인의 실태를 여과 없이 보여준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