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원 선거 앞둔 日, 누가 이기든 개헌 드라이브 가속
아베 지지율 하락…자민당 vs 희망의당 양자 구도
외교·안보 노선 둘다 비슷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지난달 28일 중의원을 해산한 일본 정치권이 이달 22일 선거를 앞두고 총선 체제로 재편중이다. 중의원 해산 이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자민당은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야권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희망의당을 중심으로 모이고 있어 양자 대결구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 정당의 외교‧안보 정책에 별다른 차이가 없어 개헌 드라이브는 가속화할 조짐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저출산·고령화 문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국난(國難)으로 규정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28일 중의원을 해산시켰다. 국회 개회일에 이뤄지는 이른바 ‘모두(冒頭) 해산’은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5월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를 둘러싼 ‘사학재단 수의학부 신설 스캔들’로 한때 20%대까지 내려앉았던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개각단행과 최근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 및 미사일 도발로 지난달 25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선 50%까지 회복한 바 있다.
회복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 여당이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의석(310석)을 확보하면 아베 총리의 정국 장악력은 공고해지고 내년 9월 예정된 당 총재 선거에서도 3연임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고이케 도지사를 중심으로 한 희망의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여당이 과반인 233석 이상을 확보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교도통신이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40.6%로 한 달 전(9월 23~24일) 조사 당시의 45.0%에 비해 4.4% 포인트 하락한 40.6%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차기 총리로 누가 바람직하냐’는 질문에는 아베 총리가 45.9%로 고이케 지사(33.0%)보다 앞섰다. 그러나 ‘모르겠다’거나 응답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21.1%에 달했다. 또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지지하는 정당의 지지율은 여당인 자민당이 24.1%, 희망의당이 14.8%로 나타났으나 42.8%가 ‘미정’이라고 답해 한쪽의 승리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지율이 높은 두 정당 모두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 근거 조항을 추가하는 ‘가헌(加憲)’을 주장하고 있어 중의원 선거 후 개헌 세력이 득세하면 발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헌법 9조 개정을 둘러싸고 자민당은 아베 총리의 의향에 따라 국회발의를 목표로 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일본유신의회’도 이를 공약에 포함시켰다. 희망의당은 6일 공약 발표에 앞서 초안에서 헌법 9조를 ‘시대에 맞는 상태(在り方)인지를 의론한다’고 명기했다.
자민당과 연립하는 공명당은 지지층을 의식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야마구치(山口那津男)대표는 지난 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총리의 개헌안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면서도 ‘현재 중요한 것은 안전보장관련법을 적절히 운용해 국민의 이해를 얻는 것’이라며 개헌을 졸속하게 진행할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안보법 성립 이후 ‘자위대 조치의 한계는 명확해 9조 개정은 필요 없다’는 사이토 데쓰오(斉藤鉄夫) 간사장대행의 기존 입장을 이미 바꾼 상태다.
정권 교체를 위해 희망의당과 합류하기로 한 제 1야당 민진당은 안보법 폐지 대신에 ‘집단적자위권의 한정적 용인’에서 ‘한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아베정권을 해체하면 안보법에 반대하는 리버럴 세력과 신정권, 사회당 등이 수면 아래서 손을 잡고 ‘한정’을 주장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같은 날에는 호헌파(護憲派) 시민단체 '9조 모임(九条の会)’이 됴코 나가타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조 개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오는 8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단체 관계자가 모여 개헌 저지를 위한 집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