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맞을 현대건설, 검찰 압수수색으로 '노심초사'

2010-11-30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현대건설은 세계가 인정하는 명품 건설사이기는 하지만 요즘 신세가 처량하다. ‘찻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찻잔 속에서는 태풍이 휘몰아치고 있지만, 다행히도 찻잔은 흔들림이 없다. 그러나 찻잔은 태풍을 멈추게 할 순 없다. 찻잔은 현대건설이다.

최근 현대건설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이 압도적인 인수가를 써내며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을 따돌렸다. 허나 기쁨도 잠시, 곧바로 인수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점입가경에 빠졌다. 

현대그룹은 또다시 대대적인 광고를 게재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현대차를 겨냥한 듯, ‘보이지 않을 뿐 진실은 살아 있습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내용이 담긴 광고를 실었다. 또 현대차를 루머를 퍼트린 주범으로 지목, 현대차를 상대로 5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건설을 놓고 현대가의 피도 눈물도 없는 싸움에 현대건설은 한숨만 절로 나온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이들간의 오랜 싸움은 자칫 내부 분열마저 초래할 수 도 있으며, 사업 수주나 주가 등 유무형적 악영향을 미칠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현대건설은 그동안은 이같은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앞만 보고 걸었다.

덕분에 지난 8월 말 유력 건설전문지인 미국 ENR(Engineering News Record)지가 선정한 ‘2009년도 세계 225대 건설사 순위’에서 해외매출을 기준으로 한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23위를 기록하는 영광을 누렸고, 이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하지만 최근 현대건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검찰이 현대건설에 칼을 겨눈 것.

지난 26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현대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현대건설이 성남시 신청사 시공사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이대협 전 성남시장과의 검은 커넥션이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또 현대건설이 신청사 시공 과정에서 이 전 시장의 조카 아들이 운영하는 조경업체에 하도급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계 일각에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가 이 전 시장에 대해서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고 있지만, 현재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자칫 불길이 더 크게 확산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