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vs 삼성, ‘묵시적 청탁·안종범 수첩’ 놓고 격돌

포괄적 현안에만 묵시적 청탁 인정 1심 판결 두고 법리공방
안종범 전 수첩 놓고도 기싸움…증거능력 인정 여부에 이견

2018-10-12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12일 이재용 삼성전자[0059390]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T)를 활용해 가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이날 가장 뜨거운 쟁점은 묵시적 청탁 인정 여부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 수첩의 증거능력에 대한 것 이었다.특검은 먼저 “원심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포괄적인 현안의 묵시적 청탁은 인정하면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 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등 개별 현안에는 명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1심판결의 모순을 지적했다.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 말씀자료나, 안 전 수석의 수첩에 관련내용이 기재돼 있는데 이를 명시적 청탁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또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에서 승마 지원에 대한 약속이 이뤄진 순간부터 이 부회장의 입장에서는 이를 경영권 승계 대가로 인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반면 삼성 측 변호인단은 정반대의 논리를 펼쳤다. 개별 현안에 대해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인정되지 않았음에도 포괄적 현안만 묵시적 청탁으로 인정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변호인단은 “1심은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은 인정 안 하면서도 포괄적 현안인 승계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며 “개별 현안을 떠난 포괄 현안이 어떻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특히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가공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개별이든 포괄이든 묵시적 청탁이 있으려면 관계인들 사이에서 말하지 않아도 알아차릴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포괄적 현안은 이 부회장의 2차 구속 영장 때 나온 얘기다.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특검이 영장 청구하면서 확인할 수 없던 가상 현안을 무슨 수로 대통령이 인식하느냐”고 꼬집었다.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에 대해서도 특검과 삼성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수첩에 기재된 내용의 대화가 있었다는 간접사실로서 해당 수첩을 정황증거로 채택했다.이에 대해 삼성 변호인단은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면담에 참여하지 않고 사후에 대통령에게 들은 말을 수첩에 적은 것”이라며, 증거로 쓰이려면 원진술자인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이 진술한 대로 수첩에 기재됐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해당 수첩에 서명 날인하거나 1심에서 법정에 나와 진정성립을 확인하는 과정이 없었으므로, 이에 근거한 유죄판결은 위법하다는 게 변호인단의 주장이다.반면 특검은 “1심은 수첩에 기재된 내용과 안 전 수석의 증언, 그 밖에 관련자들의 진술과 객관적 사정 등을 종합해 사실관계를 인정했다”고 반박했다.이어 “수첩은 안 전 수석의 자필이고 법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했기에 진술서로서도 증거 능력은 인정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