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고에서 학생이 직접 원하는 담임을 선택하는 ‘담임 선택제’를 시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충앙고는 22일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학급 담임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올해 신입생에 한해 전국 최초로 담임 선택제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충암고의 이러한 ‘실험’에 대해 ‘획기적이다’라는 긍정론과 ‘위험하다’는 부정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충암고는 올 입학생들에게 학교 홈페이지의 ‘담임 선택 프로그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부여하고 15일 오전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선착순으로 담임교사 신청을 받았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선착순으로 자신이 원하는 담임을 선택했고 선착순에 밀려 학급 정원(37)명을 초과하면 다른 학급을 선택하게 했다.충암고는 이를 위해 14일부터 학교 홈페이지에 1학년 20개반 담임을 맡을 교사 20명의 명단과 함께 사진, 전공과목, 학급운영 방침 등을 올려 학생과 학부모들이 담임을 선택하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신청을 받은 결과 전학 예정자를 제외한 대상자 739명 중 651명이 신청해 88%의 참가율을 보였다. 신청하지
않은 학생 88명은 성적 등을 반영해 반을 배정했다. 충암고는 특정 교사에게 학생이 편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음악ㆍ미술 등 예ㆍ체능 교과 선생님은 담임에서 제외했지만 예비 담임교사 20명 중 12명은 정원을 채웠고 8명은 미달로 나타났다.충암고는 올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담임 선택제를 시행한 뒤 학생ㆍ학부모ㆍ교사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2ㆍ3학년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이 학교 김창록 교장은 “보충수업 등에 학생의 교사 선택권을 확대해 본 결과 수업 참여도 등이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며 “담임 선택권은 정규 수업으로까지 이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장은 “성과를 봐서 재학생(2ㆍ3학년 진급시)들에게도 이 제도를 적요하는 것을 검토 하겠다”고 말했다.충암고의 안상화 교감은 “그 동안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담임을 선택할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학교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취지로 담임 선택제를 시행하게 됐다”며 “이런 취지는 교육부의 방침에도 어긋나는 것이 나이므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 한다”고 말했다.서울시 교육청도 “학생들의 교육 효과가 높아지고 교사들 간에 선의의 경쟁이 벌어지는 등 학교 현장의 변화를 몰고 올 획기적인 실험”이라고 평가했다.그러나 충암고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학교 안팎에서는 적잖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담임 선택제는 이른바 인기몰이 식으로 ‘구미에 맞는 교육’을 지향토록 강요하고 국어ㆍ영어ㆍ수학 등 특정 교과 중심으로 담임 선택이 이루어지는 등 교육의 공공성을 해칠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 학교의 한 교사는 “담임을 온라인 쇼핑몰 경품행사 하듯 선택하게 해서 어떤 교육적 효과를 거 둘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학교 내에서도 반발이 있었지만 묵살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명의 1학년 담임 중 절반을 기간제 교사로 배치한 것도 이런 반발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입시 위주의 왜곡된 교육현실에서는 담임 선택 기준이 ‘학생을 좋은 대학에 몇 명 보냈느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인교육 등 교육자로서 소신 있게 교육을 펼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