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후(後)분양제’ 시행 서두를 일만은 아니다
2017-10-16 이상민 기자
[매일일보 이상민 기자] 대한민국 건설업계가 ‘후(後)분양제’ 도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장관이 “공공부문 아파트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후분양제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김 장관의 발언은 주택 후분양제 시행 계획을 묻는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정 의원이 “국토부가 두 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며 근본적 대책인 후분양제에 대한 정부 입장에 대해 질문에 김 장관이 “공공분야 주택은 단계적으로 후분양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우리나라의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주무장관의 말이기에 업계는 물론 국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후분양제란 주택을 지어놓고 분양하는 제도로, 지금 시행되고 있는 선(先)분양제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건설회사가 토지를 확보한 후 건축 전에 사전 분양을 통해서 계약자들을 모집하고 계약자들이 낸 계약금과 2-3년의 공사기간 중 단계별로 내는 중도금, 입주시점에 내는 잔금을 받아 아파트를 건축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후분양제는 80%이상 건설이 시행된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이다.자동차나 휴대폰 등 다른 제품들처럼 지어진 집을 보고 꼼꼼히 따져서 분양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후분양제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분양권 불법 전매 등 각종 부조리를 뿌리 뽑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 중 하나다.하지만 주택 공급 감소로 인한 분양가 상승과 전세난민 양산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자본력이 비교적 취약한 중소 건설사나 지역 건설사의 위축과 줄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완공 때까지 계약금이나 중도금 등을 받을 수 없어 스스로 건설 자금을 충당해야하기 때문에 사업의 위축은 물론 분양가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건설업종 특성상 고용 유발효과와 경기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실제로 일견 불합리해 보이는 선분양제도가 한국경제 발전에 기여한 바도 크다.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로 쏟아져 나오면서 취직과 결혼 등으로 인한 주택수요가 급증했지만 민간의 공급이 이를 따르지 못하면서 대한민국은 극심한 주택난을 겪었다. 당시 정부는 경제성장의 기반인 건설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이러한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1977년 선분양제를 전격 도입했다.그리고 40년이 흐른 오늘의 대한민국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거듭했지만 경제침체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전세난민 등 해결해야할 주거복지 문제가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까닭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민간분야 후분양제 도입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후분양제의 긍정적인 측면에만 전도돼 서둘러 시행을 서두르기 보다는 충분한 검토와 협의 후 문제점을 보완한 제도로된 시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주택 실수요자의 내집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