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한미 FTA 환영, 비준동의 서둘러야”
업종별 득실계산 분주…완성차 업계 피해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
2011-12-05 허영주 기자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전국은행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FTA 민간대책위원회는 5일 논평을 내고 "한미 FTA가 타결된데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주요 경제단체 "비준동의 절차 서둘러야"
대책위는 "한미 FTA는 우리나라 경제의 선진화를 앞당기고 세계 최대 수입시장인 미국에 대한 수출확대 및 시장선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경제계도 이를 활용해 대미수출을 늘리고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FTA에 대한 비준동의 절차를 서둘러 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대책위는 "지난 2007년 협상타결 이후 3년반이 넘게 비준이 지연돼 양국에 상당한 기회비용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며 "이제는 조속히 발효될 수 있도록 비준동의 절차를 서둘러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경기둔화 전망, 유럽 재정위기 확산, 보호주의 압력 지속, 남·북한 긴장고조 등의 탓에 향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조속한 비준 및 조기발효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근 북한의 무력도발 이후 남북한 긴장관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 FTA는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측 요구를 일부 수용했으나 양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감안할 때 향후 우리 자동차 제품의 대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축산업과 제약 분야에서 미국측의 상당한 양보를 얻어내면서 균형을 이룬 협상결과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특히 쇠고기 문제를 이번 협상 의제에서 제외, 우리측 입장을 관철시킨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무협 관계자 역시 "자동차 분야에서 기존보다 더 양보했지만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기존에 합의된 양허이익을 침해하지 않은 수준"이라며 "대신 축산업과 의약품 분야에서는 우리측의 이익을 반영한 데다 쇠고기 분야는 끝까지 양보하지 않아 이익의 균형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경총 관계자는 "무엇보다 세계 3대 시장인 대미 수출증가를 통해 경제활성화는 물론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민, 기업, 국가경제 모두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은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활력을 찾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일부 업종에서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며 "중소기업의 경영혁신, 구조조정, 근로자의 전직지원 등 정부가 마련 중인 산업피해구제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차원의 지원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계 업종별 이해득실 계산 분주
산업계 각 업계는 각자 이해득실과 관련해 주판알을 튕기느라 분주하다. 가장 주목받는 업계가 자동차 분야다.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3년 후 폐지하기로 했던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2.5%의 관세 철폐 시한을 5년으로 연장한 부분이다. 이는 FTA 체결로 3년 후 미국시장에서 경쟁관계인 일본차보다 가격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5년 이후에나 FTA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또 하나 2007년에 없던 자동차 특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다. 양측 모두에게 적용 가능하지만, 미국보다 수출을 더 많이 하는 우리나라가 불리하다. 미국은 한국산 승용차에 대해 15년, 픽업트럭에 대해 20년 동안 특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미 수출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국내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미 수출이 많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전략에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계는 피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미국 수출 물량이 없거나 이미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워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한미 FTA에 대비해 중소형차 등 현지생산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비했다는 뜻이다.
반면 내수시장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미국산 자동차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차의 판매 활성화는 제한적이어서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초 한국은 연간 판매대수 6500대 미만 차량에 한해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통과하면 별도 조치 없이 곧바로 국내 판매가 가능토록 했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이를 연간 2만5000대로 4배 가량 확대해 줬다.
한해 5000대 판매를 넘기는 미국산 브랜드가 없기 때문에 국내 안전기준을 다시 받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나마 미국산 승용차에 부과해 온 8%의 관세는 발효 즉시 전면 철폐에서 4%로 낮추기로 했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당초 협의대로 부품 관세는 즉시 철폐가 관철됐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는 이번 4% 관세 인하 효과로 대미수출 물량이 약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IT·전자업계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라지는 수출관세가 크지 않은데다 주요 업체들은 이미 많은 물량을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은 북아메리카자유무역연합(NAFTA) 협정에 의해 무관세로 미국에 들어간다.
미국에 수출되는 반도체와 휴대폰의 경우 이미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영향이 전혀 없을 전망이다. TV는 5%의 관세가 붙는다.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가전의 경우 1~2%의 관세가 붙는다. 이미 적용되고 있는 관세가 크지 않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대부분의 TV 제품들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다만 미국에 주로 판매하는 고급 가전의 경우 국내에서 많이 생산하지만, 그간 워낙 관세가 낮아 별다른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LG전자 역시 대부분의 제품들을 멕시코에 있는 두 개의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휴대폰, LCD TV, PDP TV, 모니터, 냉장고 등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FTA로 인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다만 전반적인 교역 활성화로 인한 긍정적인 측면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철강업계 역시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이미 양국 간 무관세를 실시하고 있는데다 수출물량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수출물량이 미미한 석유화학업계도 특별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섬유업계는 관세철폐 덕에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향후 대미 섬유수출이 연간 1억8000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최고 32%의 관세가 철폐되면 수출이 많이 증가할 것"이라며 "우회방지 협력이 강화됨에 따라 국산 섬유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고, 차세대 신섬유 개발을 위해 미국과 산업기술 협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축산업계 역시 안도하는 분위기다. 쇠고기의 추가 개방을 막아내고, 냉동 돼지고기 관세철폐 기간을 연장했기 때문이다.
전국축산업협동조합 조합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미국업계로부터 축산물 개방확대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는 등 불리한 협상여건에서 진전된 협상결과를 이끌어 낸 것은 우리나라 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대한양돈협회는 "특히 미국에서 수입되는 돼지고기의 약 80%를 차지하는 냉동목살에 대해 관세폐지 시한을 2년간 연장한 것은 양돈농가엔 의미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운송, 항공, 해운업계 역시 한미 FTA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일 것으로 보고 있다. 양국간 교역 확대로 인한 전반적인 시장 확대 덕에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항공업계는 화물은 물론 여행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대 90일까지 비자없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는 VWP의 상승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한미 FTA 타결로 교역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제휴사=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