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일방적인 양보 아냐”

2011-12-05     이황윤 기자

[매일일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5일 외교통상부에서 가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 결과 브리핑을 통해 "우리의 일방적인 양보라는 일각의 지적에 동의 할 수 없다"며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결과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특히 자동차 부문과 관련해 "미국 정치권의 자동차 분야에 대한 기존 합의문 수정요구가 워낙 강해 합의문 수정이 불가피 했다"며 "하지만 자동차 부문에서도 상호주의에 입각해 관세철폐기간을 맞췄다"고 말했다.

특히 논란이 되는 세이프가드에 대해서도 그는 "한국산 자동차의 현지생산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만에 하나 세이프가드가 발동된다 하더라도 미국은 2.5%로 돌아가는 것이고, 우리는 8%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일문일답.

- 쇠고기 문제와 관련, 이번 재협상때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별도 채널로 협의가 되고 있다 또는 조만간 한미간에 별도 협상을 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된건가?

△ 우선 이번에 합의한 것이 영어로는 '어글리 델러먼트'이고, 우리말로 하면 '합의의 요지'다. 외교문서이기 때문에 상대편의 입장도 있고 공개하기 어렵지만 보여주겠다.

9페이지로 돼 있고 밑에 보면 나와 상대편이 각각 이니셜을 했다. 이 내용은 지금 설명드린 그대로이고, 어디에도 쇠고기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번 협의 중에서도 논의된 바가 없다. 다만 미국 축산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계속 문제제기가 있어 미 행정부의 국내적인 대응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측이 자동차 관세 철폐 등 기존 합의문을 수정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 우리는 일관되게 협정문을 수정하는 형태의 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막상 11월 미측과 협의를 진행해보니 미측의 요구수준이 상당히 높아 협정문의 수정이 불가피했다. 이에따라 지난 11월 통상장관 회담이 끝난 후 추가 협상을 한다고 말햇다. 

미측이 당초 요구했던 사항 중에는 이번 협상에서 철회한 것도 있다. 전반적으로 보면 11월 서울 협상당시와 비교해 이번 협상에서 새롭게 추가된 내용은 없었다. 당시 미국의 요구가 이번 협상을 통해서 상당히 축소되고 단순화됐다.

- 향후 유럽연합(EU)도 자동차 쪽에서 산업 피해가 볼 수 있다고 해서 비슷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 (쟁점은) 한 가지다. 이산화탄소와 연비기준은 당초 FTA와 관계가 없다. 그래서 미측과의 합의도 FTA와 별도로 정리하기로 했다.

실제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우리 시장에 진출한 미국산 자동차는 사실 많지 않다. 그것보다 더 잘 팔리는 것이 EU 자동차다. 유럽 쪽에서도 그 부분에 관심이 있을 것으로 본다. 협의를 할 것이 있다면 유럽과 협의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FTA와는 별개다.

- 자동차 부분과 관련해 세이프가드를 도입하고 독소조항인 스냅백 조항은 그대로 유지가 되는 것 아닌가.

△ 우선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려면 수입의 증가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직접 수출하는 완성차는 계속 줄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현지 생산이 지금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직접 수출은 약 49만대, 현지 생산은 44만대로 93만대의 한국 자동차가 미국 내에서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 수입 증가가 실제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약 (세이프가드가) 발동된다 하더라도 이것은 상호주의다. 우리도 발동할 수 있다. 서로 세이프가드를 발동한다면 원래의 관세로 돌아가야 하는데, 미국은 2.5%로 돌아가는 것이고, 우리는 8%로 돌아가는 것이다.

또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려면 (FTA에 따른)관세철폐의 결과로서 수입증가가 이뤄졌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 미국이 2.5%의 관세를 발효후 4년간 유지한다면 유지가 되는 그 기간 동안에는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자동차 분야에서는 우리 현지 생산이 많이 늘고 있어 사실은 부품수출이 굉장히 늘고 있다. 부품수출은 주로 우리 중소기업들이다. 그런데 부품에 대한 미국 관세는 4%이고, 이것은 원래 합의한 대로 즉시철폐가 되도록 돼있다. 또 부품은 완성차가 아니기 때문에 세이프가드에 해당되지 않는다.

미국 자동차산업이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거기에 따라서 미국 정치권이 정극적으로 합의문 수정을 요구해왔다. FTA타결을 조속히 이뤄내 미국 시장에서 우리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혜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 오바마 대통령은 FTA 협상이 향후 미국이 추진한 다른 FTA의 모델이 될 만큼 훌륭한 성과라고 말했다. 우리 측에서 본다면 향후 FTA의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 미국과 FTA루 우리는 거대 경제권과 FTA를 대부분 마무리하게 된다. 실제 우리는 인도나 유럽, 아세안과 이미 FTA를 체결해 우리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반면 미국은 그동안 대부분 중남미 국가 등 작은 나라들과만 체결해왔다. 한국과의 FTA가 제대로된 산업국가와 처음 맺는 FTA다. 따라서 한미FTA가 앞으로 미국의 교역확대에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미국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승용차에 대한 자동차 관세를 5년 철폐라고 했는데, 우리 측에서는 4년이라고 했다. 어떤 차이인가?

△ 우리나라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다. 미국이 5년차라고 하는 것은 발효되면 1년으로 보는 것이다. 실제로 따지면 만 4년이 된다. 만 5년이라고 하는 것은 틀렸다. 우리가 표현한 방법이 적절하다.

- 발효시점을 잠정적으로 2012년 1월이라고 했다. 양국이 구체적인 발효시기를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진행한 것인가?

△ 2012년 1월 1일이라는 날짜를 두고 협상 과정에서 많은 논의를 했다. 그 사이에 미국도 필요한 절차를 다 거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협상당사자들의 인식이었다. 하지만 2012년 1월1일에 꼭 발효시키자는 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마 늦어도 그때까지는 되리라고 나는 기대를 하고 있다.

- 연평도 공격이 FTA 협상을 타결하는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줬는가?

△ 철두철미하게 경제통상적인 관점에서 이번 협상에 임했다. 다만 한미 FTA가 발효가 되서 교역이 증가하면 이것이 결과적으로 양국간에 전반적인 관계를 더욱 튼튼히 하는 그런 좋은 기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교역의 증대야 말로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증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이 평소 나의 소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