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中企업계 “단계적 속도 조절이 우선”

“업종별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 개혁 시급”
‘근로시간 단축·일자리 나누기’ 지속성 없는 단순 정책 ‘우려’

2018-10-17     나기호 기자
[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정부가 국회에 계류돼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행정해석을 통해서라도 강행할 의사를 보이고 있어, 중소기업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주목된다.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가 조성돼야 국민의 질적 삶이 향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여·야간 원만한 합의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서도, 충분한 논의를 지속할 것을 거듭 강조하며,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행정해석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은 여·야는 물론 전 산업에 대한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게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특히 정부가 주장하는 18대 국회부터 진행해온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3차례나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후 2014년 12월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혁 특위를 출범시켜 120여 차례 머리를 맞대고 도출했지만, 결국 2015년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실마리만 남겼다.이는 업종별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현실 반영에 어렵다는 업계의 우려가 모아졌기 때문이다. 노사정의 대타협 내용도 중소기업계는 장시간 근무 여건을 바꿔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했지만, 기업에 준비할 시간과 정부의 보완책 마련을 재차 요구했다.중소기업계는 영세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시행 단계를 세분화해 줄 것을 국회에 전달했다. 여기에는 △휴일근로 중복할증(50% → 100%) 불인정 △법정근로 52시간 단축 시행시, 노사합의로 특별연장근로 상시 허용(52+8=60시간) △파견규제 완화, 임금체계 연공성 완화, 해고 유연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또한 고용관계에 있어서도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 개혁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표준고용관계와 비표준고용관계의 구별이 모호해지고 정규직·비정규직의 이분법적 구분이 아닌, 프로젝트형 고용계약 확대, 재택·원격근로 확산으로 근로기준 적용방식이 변화된다고 전망했다. 이는 산업 전반적인 혼합 등 노동형태의 변화를 의미한다.정부의 강경한 입장도 이해 못 할 수준은 아니다. 우리나라 근로자 1인의 연간 노동시간은 2069시간이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64시간 보다 무려 305시간이나 많다. 가장 짧은 독일에 비해 넉 달 이상 더 일하고, 실질임금은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이에 고용노동부도 정부 지침에 따라 현행 근로기준법 기준인 주 최대 68시간까지 가능한 근무시간을 행정해석을 통해 수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해석이 수정되면 토·일요일 근로(16시간)시간 개념이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중소제조업 A사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은 제조업 경영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항상 인력난에 시달리는데 이제 해외로 나가라고 떠미는 격”이라고 호소했다.중소기업중앙회 한 관계자는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하면서 휴일근로를 하는 근로자 76.8%가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다”며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은 물론 일자리 나누기, 임금 안정화, 정규직 채용 등의 접근 방법을 고수하지만, 한계에 봉착된 중소기업계의 애로를 청취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모습이 우선시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