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5000원대 ‘연내 가시화’

개소세율 일반담배 90% 인상...세계최고 수준
업계 "감내할 수준 넘어서...가격인상 불가피"

2017-10-19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이 연내 5000원대로 인상될 전망이다.정부는 조만간 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개소세)를 일반 담배 대비 90%로 올릴 방침으로, 이같은 방안이 확정되면 판매가 대비 세금 비중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아진다.업계는 세금이 오르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가 담뱃값 인상 명분으로 국민 건강을 내세운 점을 감안하면 일반 담배에 비해 유해성이 낮은 전자담배 세금을 올리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는 것이다.19일 관련업계와 기획재정위원회 등에 따르면 기재위는 20일 국정감사 직전 전체 회의를 열고 궐련형 전자담배 개소세율을 확정할 계획이다. 인상폭은 일반 담배 대비 90% 수준으로 알려졌다.당초 기획재정부는 궐련형 전자담배 개소세율을 일반 담배 80% 수준에서 점차적으로 올려 100%까지 인상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90%로 높이자는 의견이 나와 기재위 여야 간사들이 이에 합의한 상태다.기재위서 상정이 돼 국회로 넘어가면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업계는 인상폭이 개별 업체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개소세 인상을 기점으로 여타 세금이 기존 일반 담배 대비 50~60% 수준에서 일반 담배 90% 수준으로 오른다고 가정하면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경우 세금은 현행 1740원에서 2986원으로 높아진다. 이는 판매가인 4300원에 비해 69.3% 수준이다. 전 세계에서 판매가 대비 세금 비중이 가장 높아진다.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전달한 ‘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 과세 설명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아이코스 판매가 대비 세금 비중은 49.1%다. 독일(45.2%), 영국(39.5%), 스위스(19.4%) 등으로 개소세를 포함한 전반적인 과세 수준은 20~50%가 일반적이다.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개소세율이 일반 담배 대비 90%로 인상된다면 업체 자체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며 “이는 곧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궐련형 전자담배 글로를 판매 중인 BAT코리아 역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정부가 2년 전에 사치품에 부과하는 개소세를 국민 건강을 앞세워 담배에 적용했다”며 “대중의 건강을 위한 것이라면 일반 담배에 비해 위해성이 낮은 전자담배를 장려해야지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내달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를 앞둔 KT&G는 말을 아꼈다. KT&G 관계자는 “신제품 가격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세율이 정해지지 않아 경쟁사와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담배에 개소세를 부과했다. 개소세는 사치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개소세 도입 당시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한 담뱃값 인상을 역설하면서 세금 인상 당위성을 강조했다. 또한 세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담배 개소세는 종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종가세는 가격에 따라 세금이 커진다. 향후 담배 가격이 추가적으로 오를 경우 관련 세금도 늘어난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내세운 국민 건강 증진보다는 세수 확보 때문이라는 비판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