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국 정부 입김에 눈치 보기만 급급
통제 심하고 정책 영향력 커…근본적인 시장 구조 개선 시급공장 너무 많아 과잉 투자 지적… 생산능력 높은 데 판매는 저조
2018-10-24 이근우·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이근우·박주선 기자] 현대차의 중국 철수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은 당초 시장 진입 때 중국 정부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 무리한 요구를 과감하게 내치지 못하고 과잉 투자를 한데 기인한다.물론 이는 중국 정부의 통제가 엄격하고 정책 영향력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국 시장에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시행되지 않을 경우 현지의 자동차사업은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1~8월까지 각각 중국 판매 40만4300대와 17만2674대를 기록해 총합 57만697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7% 하락했다.특히 주력 차종인 랑동(MD)과 링동(ADc)은 올 8월까지 각각 7만4941대, 4만9664대를 팔아 지난해(14만5842대 및 7만1168대)의 반토막이 났다. 투싼과 쏘나타 등은 아예 단 1대도 팔리지 않았다.이처럼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이 대폭 줄면서 지난해 현지 시장 점유율은 6위였으나 현재는 13위로 밀려난 상태다.이같은 부진은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장기화 탓도 있지만 중국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다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장 상황과 여건이 결국 현대차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했다는 것.현대·기아차는 생산 및 판매와 관련해선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재무 쪽은 중국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기아차가 현지에 너무 많은 공장을 지어 과잉 투자를 했다는 지적도 한다.이와 관련 베이징현대는 베이징1공장(30만대)·2공장(30만대)·3공장(45만대)를 비롯해 창저우(30만대), 충칭(30만대) 등 중국 전역에 모두 연 165만대 규모의 생산 거점을 구축했다.여기에 쓰촨 상용차 공장(16만대), 둥펑위에다기아 옌청의 3개 공장(89만대)을 가동중이다. 이를 모두 합치면 중국 내 자동차 생산 능력은 연간 270만대다.현대차가 지난 15년동안 중국 9개 공장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최소 5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판매망 등 무형 자산까지 고려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하지만 정작 이들 생산 공장의 가동률은 별로 좋지 않다. 업계에선 올 3분기 현대차 중국 공장 가동률이 절반도 넘지 못하는 수준으로 손익 분기점을 밑도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철수설에 더욱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최근엔 중국 현지 언론 역시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BAIC)가 베이징현대의 합자 관계를 끝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앞서 현대차는 중국에서 판매 부진에 더해 현지 협력업체와의 갈등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돼 곤욕을 치룬 바 있다.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에 비싼 단가로 부품 공급을 몰아주는 식으로 현대차가 베이징현대를 이용해 홀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불만이 나왔기 때문이다.더불어 베이징차가 납품업체를 중국 현지 기업으로 교체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다 그 사이 현지 판매망도 타격을 입어 앞으로 난항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부정적 기류는 앞으로 강도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현대·기아차의 비관적인 상황이 단시일내 바뀔리 없어 사실상 철회만이 답”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