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곧 판가름 날 듯

2010-12-20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현대건설 매각협상의 쟁점이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논란에서 현대차그룹을 차기 협상대상자로 인정할 것인가로 바뀌었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는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 연말안에 현대차그룹을 우선협상자대상자로 끌어 올려 새로운 양해각서(MOU)를 맺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현대건설 매각작업에 대한 최종 결론이 22일 나올 예정이어서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채권단 등의 법정공방도 가열될 전망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10일 현대건설 채권단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MOU해지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가처분의 첫 신문기일을 22일 오전 10시로 잡았다. 이날 양측 대리인이 출석해 1시간 가량 적극 소명할 예정이다.

이어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는 이날 총론을 모아 현대그룹의 우선인수협상자 자격 박탈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발표한다.

법원 관계자는 "다른 사건에 밀려 (가처분 신청처리를) 연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사안의 흐름과 진행경과를 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안을 무리하게 처리하기보다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대략적인 틀이 정해질 때까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법원 방침 등을 고려할 때 현대건설 주주협의회 의견취합일 이전에 법원이 먼저 가처분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대그룹 입장에서도 법원의 가처분 인용을 기대하는 것 보다 현대건설 채권단 결정 후 법정 대응방침을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22일 채권단이 MOU 해지안을 통과시켜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하면, 현대그룹은 법원에 '가처분 취지 변경'순서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지금의 'MOU해지금지 가처분'을 'MOU해지 효력정지 가처분'이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보전 가처분' 등으로 바꿔, 우선인수협상 자격이 현대차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이밖에 현대그룹과 현대차는 명예훼손과 허위유포 등으로 고소와 소송이 얽혀 있다. 현대그룹은 자금에 대한 의혹의 진원지로 현대차그룹을 지목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계약위반 등을 물어 5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현대차도 같은 혐의로 현대그룹에 대해 민·형사소송 법적 조치를 해 놓았다.

24일에는 현대그룹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금지 가처분에 대한 첫 심리도 열린다. 현대그룹은 MOU 해지안이 통과되거나 주식매매계약(본계약) 체결 승인안이 부결될 경우, 즉각 법적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이 지난주 MOU해지 등안건을 담은 서면동의서를 발송한 이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기 일단 지켜 볼 것"이라며 "그러나 채권단이 현대그룹과 딜을 끊고 현대차와 매각협상을 진행하는 게 사실일 경우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통해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가능한 한 연내에 현대그룹과 거래를 마무리하고 법률검토를 거쳐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자대상 지위를 연말이나 내년초 주주협의회에 상정,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현대차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이어 받는 것에 대한 여론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이 당초 이의 금지조항 위반해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내부 방침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대차의 현대건설 인수문제는 채권단의 의지보다는 정부 방침에 의해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