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 간 '현대건설' 인수전…진흙탕싸움의 끝은?
[매일일보]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그룹이 22일 법원에 '현대차 우선협상자 지정 및 본계약 체결금지' 로 가처분 신청취지 변경을 요청해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현대그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최성준) 심리로 열린 심문에서 당초 양해각서(MOU) 해지금지 가처분이 아닌, '양해각서(MOU) 상 권리 임시 확인'과 '현대차 우선협상자 지정 및 본계약 체결금지'로 가처분 신청 내용을 변경했다.
이미 채권단이 지난 20일 MOU 해지안을 통과시켜 현대그룹의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한 만큼 MOU 해지금지 가처분 신청을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법정에서는 MOU해지가 정당했는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여졌다. 현대그룹 측 대리인은 특히 "아직 대금 등 계약의 구체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본계약 체결' 안건을 상정했다가 부결시킨 것은 애초에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현대건설 채권단 측 대리인은 "이미 MOU가 해지됐고 본계약 체결도 부결된 상황"이라며 "현대그룹이 법원에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어떤 지위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추가 검토를 위해 채권단이 심사했던 입찰서류와 문제가 된 자금 1조2000억원의 성격을 당초 어떻게 판단했는지 여부를 정리해 서류로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양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만큼 한차례 더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 24일 오후 2시 이 법원 358호에서 심문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법원이 그룹의 가처분 신청을 부분적으로 인용할 지, 전부를 인용할 지 여부에 따라 채권단의 MOU 해지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권단과 현대차그룹도 법원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채권단은 가처분 소송에서 이기면 현대차그룹과 현대건설 매각협상에 탄력을 받게 된다.
그러나 법원이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주면 현대차그룹과 채권단이 현대건설 매각을 진행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법원의 판단이 결과를 완전히 뒤집지는 못해도 매각 자체를 적어도 2~3년은 지지부진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이번 양해각서 해지건을 원만히 해결할 경우 이행보증금 2755억원을 돌려주고, 현대건설이 보유중인 현대상선 지분 8.3%를 현대그룹이 가져가도록 중재하겠고 밝혔다.
정책금융공사의 입장은 더욱 강경하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대그룹이 인수자격 박탈에 불복,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데 대해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거쳤기 때문에 현대그룹이 소송을 건다고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그룹이 불복하면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낸 이행보증금 2755억원(입찰금액의 5%)을 몰수하고,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8.3%)에 대해서도 중재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상선지분을 갖고 있더라고 현대그룹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며 "목표는 현대건설 인수"라고 역설했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그룹이 채권단을 상대로 낸 MOU 해지금지 가처분 이외에 현대그룹과 현대차는 명예훼손과 허위유포 등으로 고소와 소송이 얽혀 있는 상황이다.
현대그룹은 자금에 대한 의혹의 진원지로 현대차그룹을 지목,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계약위반 등을 물어 5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현대차도 같은 혐의로 현대그룹에 대해 민·형사소송 등 법적 조치를 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새주인으로 유력한 가운데 결국 현대건설 매각작업은 현대그룹의 향후 대응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장기화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