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VS 롯데, 지존은 누구?

명동은 지금 '명품전쟁'... 신세계 본점 본관 새 단장

2008-03-10     권민경 기자

[134호 경제]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이 1년 7개월만에 새 단장을 마치고 명품관으로 공식 오픈했다. 지난달 28일 충무로 본관에서 열린 개관식 행사에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을 비롯해 정용진 부회장, 구학서 부회장, 황영기 우리은행장, 존 훅스 아르마니 CEO 등이 참석해 테이프커팅식을 가졌다.

공식적인 자리에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 회장이 이례적으로 이날 행사에 참여하면서 신세계 본관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줬다. 이 회장은 지난 84년 신세계 영등포점 오픈 당시 부친인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수행자격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뿐 98년 회장자리에 오른 이후에도 공식 행사에는 나온 적이 없다.

한편 신세계는 지난 2005년 8월 본점 신관을 재개장 한데 이어 이번에 본관까지 새롭게 선보임으로써 총 면적 1만7천400평에 이르는 규모로 재탄생했다. 이로써 신세계 본점과 불과 5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롯데백화점과 규모면에 있어서도 겨뤄볼 만하게 된 것.

특히 본점 본관은,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과 1조6천억원에 달하는 국내 '명품시장'을 놓고 치열한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여 유통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명희 회장은 본관을 신세계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오픈 행사에 참가한 것도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본관의 상징성에 무게를 실어주기 위한 것이다."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본점 본관 오픈식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장이 신세계 본관에 두고 있는 의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명품관'으로 탈바꿈한 본점 본관에 각별한 애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장을 이틀 앞둔 지난달 26일 아들 정 부회장과 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와 함께 본관을 둘러본데 이어 오픈 당일 커팅식에도 자발적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본관 인테리어와 미술품 전시 등에도 많은 부분 관여, 특히 본관 내에 전시된 미술품 가운데 일부는 본인의 소장품을 기증한 것이다. 신세계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중앙계단에 걸린 그림을 비롯해, 몇몇 작품을 기증해주셨다. 시가로 따진다면 약 40억 원 상당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 회장은 또 완성된 본관을 둘러보고 "대체적으로 잘 됐다"고 평가하며 인테리어와 브랜드 유치, 미술품 배치 등에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이어 신세계의 숙원 사업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시작됐다는 자세를 갖고 단점을 보완해 가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 또한 본점 본관에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가 77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롯데와 견줄 수 있는 규모로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다"면서 "안정될 때까지는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마케팅 채널을 다양화해서 차차 더 많은 고객들을 모실 생각"이라고 밝혔다.이어 비교대상인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에 대해 정 부회장은 "에비뉴엘과 본관은 개념이 다르다"면서 "에비뉴엘의 경우는 롯데백화점의 특화된 명품관 개념인데 반해, 신세계 본관은 백화점 전체의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비뉴엘처럼 별도의 이름을 짓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따로 이름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 정 부회장의 설명.

신세계VS롯데, '명동대전' 2라운드 시작돼

'명품관'인 본관의 오픈으로 신세계와 롯데는 또 한번 명동상권을 두고 자존심을 건 대결을 벌이게 됐다.

사실 지난 2005년 신세계 본점 신관 재개장시, 그보다 이틀 앞서 롯데는 2만5천평 규모의 롯데타운(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영플라자)을 새롭게 선보이며 명동대전 1라운드를 시작한 바 있다. 신세계는 신관 재개장으로 매출액이 이전보다 4배 가까이 상승했지만, 여전히 롯데의 매출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가 백화점 사업에 있어서도 많은 노하우가 쌓여 있기 때문에 서서히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아직까지 규모나 입지면에서 롯데와 겨루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1라운드에서 롯데에 승기를 내준 신세계는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각오로 본관 새 단장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본관은 지하 1층, 지상 6층에 매장면적이 3400평으로 신관 1만4천평과 합치면 총 면적이 1만7천400평에 이른다. 여전히 롯데와 비교했을 때 규모에서 밀리는 상황이지만, 신세계는 이를 본관만의 차별화 된 개념으로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백화점 홍보실 박주성 상무는 "새롭게 문을 연 본관은 '패션', '아트', '유머'라는 세 가지 컨셉을 가지고 있다"며 명품과 문화의 만남을 강조했다.  이를 입증하듯 본관에는 총 258개의 패션브랜드가 입점해있다. 특히 1층에는 정 부회장 스스로도 가장 만족감을 나타낸, 세계적 명품브랜드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이 나란히 들어와 있다. 에르메스의 경우 강북지역 첫 오픈. 또 국내에선 처음으로 백화점에 입점하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블랙라벨을 비롯해 전층에 '아르마니' 매장이 들어가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패션+아트+유머' 접목된 신 개념 '백화점'

그런가하면 '미술관'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쟁쟁한 사진과 그림들로 '아트'의 컨셉을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일단 넓은 중앙계단을 그대로 살려 신세계가 가진 77년의 역사성을 보존했다. 또 각 층마다 김환기, 서도호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국내외 스타 작가들의 그림과 사진 등을 전시해 '갤러리'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살렸다. 여기에 층마다 독립적인 고객 휴식공간을 마련해놓았는데, 개당 1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가구 브랜드 '카시나'의 소파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6층 옥상에는 야외정원 '트니리티가든'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이곳에는 미술 교과서에서나 보던 헨리 무어의 '와상', 루이스 브루조아의 '거미', 호안 미로의 '인물' 등 해외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신세계 한 관계자는 "야외정원에 마련된 조각의 가격 만해도 약 35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유머'라는 컨셉은 신세계를 찾는 고객들에게 '즐거움'과 '휴머니즘'을 동시에 느끼게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명품'백화점이 가진 폐쇄적이고 딱딱한 분위기를 털어 내고, 고객들이 다가가기 쉽게 각 매장을 개방적으로 바꿨다.    실제로 오픈 당일 본관을 둘러본 많은 사람들이 이전보다 훨씬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본관을 찾은 한 고객은 "다른 백화점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면서 "특히 야외정원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은 "중앙계단 때문에 마치 유럽에 있는 고풍스러운 성에 들어온 느낌"이라며 "벽마다 다양한 그림들이 걸려있어 쇼핑 뿐 아니라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멀리 일본에서 신세계 본관을 찾아온 관광객들 또한 "긴자(도쿄 남서부에 고급상점들이 몰려있는 지역)나 신주쿠에 있는 명품백화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며 "꼭 다시 와보고 싶다"고 말했다.

본관 첫 날 매출만 20억원 넘기며 순조로운 출발

한편 오픈 당일 신세계 백화점 본관의 매출은 20억원을 돌파,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신세계는 지난달 26, 27일 이틀간의 프리오픈기간을 포함해 오픈 첫 날 매출이 총 21억2천만원을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신세계는 프리오픈 기간에 매일 400명의 VIP고객을 초대해 미리 매장을 공개했다.
첫날 매출은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초고가 명품 브랜드와 주얼리 부문에서 주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5년 3월 오픈한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은 오픈 첫날 15억2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오픈 당일 9억2천만원, 프리오픈 기간 6억원의 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롯데는 신세계와 달리 오픈 직전 하루만을 프리오픈했었다.한편 신세계 본관 오픈 당일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은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매장을 깜짝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일 오전, 그것도 경쟁사의 행사가 열리는 날 백화점 매장을 찾은 신 부회장을 두고 업계에서는 신 부회장이 신세계 본관 오픈을 염두에 두고 '집안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