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유통3법서 전속고발제 없앤다
지자체와 조사권 나누고 과징금 부과수준도 2배 상향키로
2018-11-13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드라이브가 본격 가동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그동안 고발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한다는 비판을 개선코자 유통3법에서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정위가 갖고 있는 조사권은 지자체와 분담하고, 과징금과 징벌배상제는 강화·확대한다.지난 10일 공정위 세종청사에서 열린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 TF 중간보고서’ 브리핑에서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5개 과제를 발표했다.공정위는 행정적 수단뿐만 아니라 민사적·형사적 수단으로 공정거래법의 집행체계를 넓히기 위해 경제단체, 시민·소비자단체 등의 추천인사를 포함한 외부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된 TF를 지난 8월 출범하고 총 11개 과제를 선정했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이 가운데 과제의 중요성과 시급성, 논의의 성숙성이라는 기준을 두고 △지자체와 조사권 분담 및 협업방안 △사인(无证)의 금지청구제 도입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부과수준 조정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확대 △전속고발제 개편방안 등 5개 과제를 우선 논의해 발표한다”고 말했다.이 중 ‘전속고발제 개편’문제는 이번 TF를 구성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될 만큼 사회적 요구가 꾸준히 있어왔다. ‘전속고발제’는 공정거래 관련법을 위반한 죄에 대해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고발이 필수인 제도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판단할 때 경제분석 등 전문성이 요구되기도 하고, 고소·고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그동안 공정위는 ‘고발권에 대한 권한 독점’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정위가 사건 과정에서 무혐의 종결을 내리면 피해자들은 구제를 받거나 위법 행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조치가 달리 없었던 것이다.TF는 불공정행위 근절이 시급하고 비교적 고도의 경제분석이 요구되지 않는 유통3법(가맹·유통·대리점법)에서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도급법과 표시광고법은 폐지하자는 의견과 존치하자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하도급법의 경우 최근 5년간 피신고인 중 중소기업 비율이 84%에 달해 폐지하면 중소기업 부담이 클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가습기살균제로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표시광고법의 경우도 음해성 고발이 남발될 경우를 우려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의 경우는 5개 법률에 비해 경쟁제한성 등 경제분석을 해야 하는 조항이 많고 형벌조항도 많아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면 상당수의 경제거래행위가 고소·고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에 12월에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자체와 조사권 분담 및 협업방안에 있어서는 행정수요가 많은 가맹분야에서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17개 광역지자체에 조사권·처분권을 분담할지 위임할지는 정하지 않았다.공정위는 또 그동안 신고인이 공정위의 무혐의 결정을 수용하지 못하면 재신고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는 점에 주목해 공정거래법에 ‘사인(私用)의 금지청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피해를 입은 소비자나 기업이 고정위를 거치지 않고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중단시켜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외국에 비해 민사적 제재수단이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개선안이 나왔다. TF는 현행 과징금 수준으로는 법위반 억지효과가 작다는 점에 동의하고 위반행위 유형별 부과기준율 및 정액과징금 상한을 2배 올리기로 했다. 예를 들어 담합 행위에 대해서는 현행 10%에서 20%로 과징금을 상향하는 방식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공정거래법과 유통업법에 새로 도입하거나 이미 도입된 하도급법·가맹법·대리점법에서는 실효성 있게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다만 도입 범위와 배상액에 대해서는 의견이 제각각이었다.공정위는 “논의가 마무리된 5개 과제 중 복수안이 제시된 사안에 대해 공정위 입장을 정한 후 국회 법안 논의할 때 공정위 의견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나머지 6개 논의과제와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제 문제에 관해서는 내년 1월 중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