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살리기? 쪽지예산 계절이 돌아왔다

2018-11-12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사람중심경제·소득주도 성장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17조7159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올해(22조 1354억원)보다 4조4195억원 깎인 규모로 2004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이에 따라 매년 연말 국회 예산심사때마다 불거졌던 지역구 '쪽지예산' 챙기기 경쟁이 올해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SOC예산 확보를 위해 치열한 전초전을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쥔 '여소야대' 정국이라 여당과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양보하게 될지 향방이 주목된다.지난 1일 기획재정부는 ‘2018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투자 우선순위, 사업성과, 집행수준, 지출성격 등을 검토해 SOC나 성과나 집행이 부진했던 사업 등 11조5000억원을 구조조정했다. 이 가운데 SOC 예산을 주로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에 대해서는 4조2432억원(전체의 37% 수준)에 대한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부는 공사 지역에서 민원이 제기되거나 인허가가 지연되는 곳, 집행률이 60% 이하로 저조한 곳 위주로 철도건설 사업 예산 8343억원을 깎았다. 고속도로 건설에서도 4437억9400만원을 축소했다. SOC예산을 투입하면 지역 주민들의 거주환경에 눈에 띄는 개선 효과를 주기 때문에 예산확보 자체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는 중요한 선거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 지역 간 불균형 해소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다.  현재 각 상임위 예산 예비심사 과정에서부터 SOC 예산을 놓고 지역구의 요구를 반영하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이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지역차별을 지적하는 목소리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이번 SOC 예산의 증감이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김 의원에게 제출한 ‘지역 SOC 사업 예산안 편성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강원권이 올해(1조377억원) 대비 69.3% 줄어든 3183억원으로 삭감 폭이 가장 컸고 뒤를 이어 TK권(대구·경북)과 PK권(부산·울산·경남)이 각각 올해 대비 64.8%, 43.0% 감소했다. 반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SOC 예산은 올해 대비 8.2% 수준에서 감액됐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을 지지한 수도권은 이미 충분한 인프라가 갖추어져 SOC 삭감에 따른 영향이 적은 반면,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은 타격이 큰 것이다.타격이 큰 것은 국민의당의 텃밭인 호남지역도 마찬가지. 대표적으로 국민의당이 내년 예산 3000억원을 배정한 호남 고속철 사업은 정부 예산안에서는 154억원으로 편성됐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에서는 '호남 홀대론'을 제기하며 여당과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TK와 PK에 지역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역시 SOC 등 지역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다.이들의 본격적인 ‘SOC 예산전쟁’은 13일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6일 전체회의를 시작한 예결위는 법정 시한인 내달 2일 본회의 전까지 감액·증액 심사에 돌입한다. 실질적으로는 예결위에서 심의·의결된 대로 본회의에서 의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국회 예산·결산안 심의에 예결위의 역할은 매우 크다.예결위는 각 상임위원회에서 올라온 부처별 조정 예산을 다시 심의해서 최종 국회 예산안을 마련한다. 예결위 심사에서 쪽지예산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쪽지예산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밀어 넣는 민원성 예산으로, 특히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쉬운 SOC 예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SOC예산은 2013년부터 예결위 등 국회 심의 과정을 거쳐 정부안보다 3000~4000억원 가량 꾸준히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