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페서’ 계절…대선주자 쫓아가는 우리 교수님들
대선 앞두고 각 주자 진영에 공식 또는 비공식으로 접근, ‘포럼’ 결성하기도
2008-03-19 최봉석 기자
차기대선을 앞두고 각 대선후보 진영에 ‘야릇한’ 손길을 내밀고 있는 교수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폴리페서’. 정치(Politics)와 교수(Professor)를 합성한 폴리페서는 정치에 참여했거나, 참여하기 위해 정치권에 줄을 대는 교수들을 뜻하는 신조어(造語)다.
보통 각 대선후보 캠프 진영은 선거를 앞두고 ‘자문교수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 경제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북적이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이 같은 교수단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진영측은 다른 대선주자 캠프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움도 겪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이런 틈새를 노려 각 주자 진영에 공식 비공식으로 들어가려는 교수들의 움직임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물론 각 캠프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 14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하루 한두명의 교수가 캠프를 찾아온다”고 말했고, 박근혜 전 대표측은 올해 들어 후보를 만나게 해 달라며 찾아온 교수가 50~60명에 이를 정도다.이 신문은 기사 첫 머리에서 부산 지역 대학의 40대 중반 교수 A씨가 최근 들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에 자주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유인즉, 정치권과 언론계 인사들을 만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어느 쪽에 베팅을 하면 좋겠냐”고 묻고 다니기 위해서다. A교수는 “이마 양쪽 캠프에 모두 오퍼(offer.신청)를 했다”며 “교수 1명과 일반인 1명은 다르다. 내가 동원할 수 있는 교수가 많다”고 자랑하고 다닌다.수도권 모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 B씨는 지난 달 이 전 시장의 캠프인 안국포럼 사무실에 나타나 자신이 직접 제작했다는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이 전 시장이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으로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핵심공약으로 내건 것을 의식하고 자신을 채용해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그러나 B교수가 가져온 내용은 신문 기사나 캠프가 제공한 보도자료 수준에도 못 미쳤다는 게 안국포럼 관계자의 얘기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박 전 대표 캠프는 서울 한 대학의 C교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C교수는 약 한 달여 전에 전직 장관들에게 부탁, 박 전 캠프측 자문교수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 그러나 이 교수는 최근 다른 교수의 1차보고서를 짜깁기해 자신이 작성한 것처럼 최종 보고서를 올려 망신을 당했다.박 전 대표 캠프의 정책자문단에서 주요 역할을 맡고 있는 D교수는 이에 대해 “해외 유학 시절 한두 번 인사한 적이 있는 교수들이 최근 연락을 해와 자문단 참여와 관련해 이것저것 물어 당황했던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한나라당 대세론이 지속되고 있지만, 범여권 대선주자들에게 접근하는 교수들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신문은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에게는 “남북 군인 축구대회를 개최하라” “영남 표심 공략 방안의 하나로 대구공항의 명칭을 ‘박정희 공항’으로 바꾸자는 공약을 내놓자” 등의 아이디어를 들고 찾아오는 교수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정 전 의장측은 전국 민생체험을 다녔던 지난 2월 이후 주요 도시에서 만났던 지역 교수 한 두 명이 찾아오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국회 사무실에도 수도권 대학은 물론 지방대와 전문대 교수들이 한 달에 서너 번 꼴로 찾아와 자신의 정책보고서를 내놓고 있다.사정이 이러다 보니 황당한 일도 자주 생긴다.“꼭 후보를 직접 만나야 한다. 만나면 대통령이 되는 비책을 전달하겠다”는 식의 막무가내형부터 시작해, “나를 만나주지 않으면 상대 후보측으로 가겠다”는 네거티브형, 그리고 여러 대선주자 캠프를 기웃거리며 여기저기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양다리형 교수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대선후보측은 이처럼 무작정 찾아오는 폴리페서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대선 캠프측은 이들에게 “기다려 달라” “감사하다” “마음은 잘 받겠다” “후보와 만나는 자리를 만들겠다”며 돌려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럴 경우 그 다음엔 연락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이 언론은 보도했다. 어떻게든 권력에 줄을 대보려는 폴리페서들이 정치권력의 논리에 함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대학교수는 “교수라는 책임을 팽개친 채 선거철만 되면 특정 정당의 단골 후보로 나선다든지, 특정 정당이나 권력에 줄대기를 하려고 나서는 이른바 폴리페서들은 대학을 떠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