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갑질행위 개선의지 없다” 공정위, 철퇴 준비

동의의결제, 대기업 위법 행위 조사 늦추는 수단으로 악용 우려도

2018-11-26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모비스의 ‘밀어내기’ 갑질 행위에 대한 자진 시정방안이 여전히 미흡하다며 해당 행위에 대해 법 위법 여부와 제재수준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이번 ‘동의의결’ 심의는 지난 8월 현대모비스가 개선된 시정방안을 제시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보여 공정위가 다시 한 번 기회를 줘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자진 시정방안이 최종 기각된 만큼 ‘신속한 피해자 구제’를 목적으로 도입한 ‘동의의결제’가 대기업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심의를 늦추는데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공정위는 지난 22일 전원회의에서 ‘현대모비스의 거래상지위남용 행위에 대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의 건’을 심의한 결과 최종 기각하고 해당 건에 대한 본안 심의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앞서 공정위는 현대모비스가 2010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약 4년간 국내 정비용 자동차 부품사업 부문에 과도한 매출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임의매출’ ‘협의매출’ 등의 명목으로 대리점에 부품을 일방적으로 할당하거나 구매를 요구한 사실을 밝혀냈다.이후 현대모비스는 ‘동의의결’ 제도를 신청해 1년간 피해보상을 비롯해 상생기금 100억원 추가 출연, 협의매출 강요 직원 징계규정 제정, 직원교육 강화 등 자진 시정방안을 냈으나 기각됐다.김문식 제조업감시과장은 “이번에 현대모비스가 최종 제출한 2차 시정방안에는 ‘담보제도를 개선하겠다’라는 내용 외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고 말했다. 1차 심의에서 지적받았던 ‘대리점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고 ‘밀어내기 행위 근절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도 없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현대모비스가 지난 5월 ‘동의의결’을 신청해 중단됐던 본안 심의가 약 7개월 만에 재개된다. ‘위법성을 따지지 않고’ 기업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시·이행해 피해자 구제를 신속히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동의의결’제도가 대기업에 대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를 늦추는데 악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현행법상 공정거래법 위법 사안은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고 공소시효는 5년에 불과해 더욱 그렇다.현대모비스가 동의의결을 신청하기 전 공정위가 추가조사를 통해 작성한 경정 심사보고서에는 ‘그룹 최고경영진이 물량 밀어내기에 관여한 정황이 담겨있다’고 나와 있고 심사관은 조치의견에 ‘법상 관련자들이 고발요건에 해당된다’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동의의결’은 법률상 그 행위가 ‘중대 명백’하면 동의의결 신청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의미가 모호해 현대모비스처럼 법 위반 혐의가 상당해보이더라도 ‘동의의결’신청이 가능하고 심사과정에서 행위의 성격을 다투느라 기간이 지연되거나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동의의결제도는 한미 FTA의 부속법안으로 지난 2012년 4월 도입된 이후 이번 건을 포함해 총 7건의 신청이 있었고 그 중 4건은 ‘인용’됐지만 3건은 ‘기각’ 결정됐다.또 이 제도는 신청인의 ‘자진 시정’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피해 규모에 대한 합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자진 시정방안에 담아야 할 피해자의 범위와 피해액 산정 방법과 절차, 피해보상 비용과 기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1차 자진 시정방안을 미흡하다고 지적했으나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현대모비스에 요구하지도 못하고 몇 개월 기다리기만 한 것이다.물론 이번에 ‘동의의결’을 최종 기각해 피해 입증이 어려워 보상 받기 어려웠던 자동차 부품 대리점들의 보상 기회를 빼앗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모비스와 유사한 사례로 공정위는 지난 2013년 물량 밀어내기 행위를 한 남양유업을 임직원을 검찰에 고발했었다. 이 과정에서 남양유업은 구입강제 행위의 증거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없애 결국 패소했고 대리점주들은 피해 보상을 받기 더 어려워졌다.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제출한 피해구제 방안들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면 위원회에서 동의의결을 인용했을 테지만 현실적으로 대리점들에게 신속하고 충분한 시정방안이 되기 어렵다고 봐 기각했다”고 설명했다.동의의결로 중단됐던 본안 사건 절차는 다시 열린다. 이 자리에서 공정위가 현대모비스 경영진을 고발할지 과징금을 얼마나 부과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