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성폭행' 남편 2심서 집유, "좋은 아버지되라" 법원의 선처

2011-01-04     서정철 기자
[매일일보] 아내를 성폭행해 징역형은 선고받았던 남편에게 법원이 선처를 베풀어 좋은 아버지가 될 기회를 주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인욱)은 아내와 강제로 성관계를 맺고 폭행을 가한 혐의(강간상해)로 기소된 A씨(21)에 대해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범행은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어린 나이에 자녀를 낳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결혼생활을 시작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가 개입하기에 앞서 서로를 배려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는 선배가 주위에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고 판단했다.이어 "무엇보다 아들 B군을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키워낼 책무를 가지고 있는 만큼 훌륭한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며 "A씨를 엄벌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고 판단하므로 원심은 무거워 부당하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상대방 배우자의 성적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 해도 폭행을 당하면서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요구받는 경우는 의무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며 "A씨의 범행 내용 자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하고 아버지와 계모 사이에서 자라면서 가출과 학업 중단을 일삼다 2008년 19세였던 당시 아내를 만나 B군을 낳았다. 20세 남짓 초보 부부로 사소한 불화를 겪던 이들은 지난 3월 다툼 도중 A씨의 강압으로 일방적인 성관계를 맺게 됐고 아내는 A씨를 강간죄로 고소했다. 이후 재판과정에서 서로 연민을 느끼며 해결점을 찾으려 했으나 양가 가족이 개입하면서 서로 감정만 더욱 상하게 됐고,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 6월 이혼하기에 이르렀다.앞서 1심 재판부는 "부부간 명백한 강간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거나 지나친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