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저축銀 인수 관심 표명

2012-01-06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금융지주사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취임한 지 48시간도 안돼 부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로 문제가 된 저축은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계는 김 위원장의 구조조정 작업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 업계는 부실 PF대출 채권을 매각하고, 후순위채 발행, 대주주 증자 등을 통해 자산건전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사들의 사정이 녹록치 않아 현실적으로 저축은행 인수가 가능할 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금융지주사, 저축銀 인수 의사 표명

4대 금융지주가 일제히 저축은행 인수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동안 대형 금융사들은 저축은행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은데다, 부실 PF 문제 등이 심각해 인수·합병(M&A)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물꼬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텄다. 그는 4일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틈새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위해 저축은행 1~2곳을 인수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저축은행 부실이) 금융권 전체로, 1금융권(은행권)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인수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전체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해소하고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고 저축은행 문제에 공감했다. 다만 저축은행 인수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KB금융지주도 뒤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캐피털사를 통한 서민금융업 진출을 검토해 왔다"며 "소매금융 전문 금융회사로서 서민금융 활성화와 확대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류시열 신한지주 회장 역시 인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김석동, 저축銀 문제 속도전 단호

4대 금융회사들이 일제히 저축은행에 관심을 드러낸 것은 김 위원장과 무관치 않다.

김 위원장은 "취임 후 주요 금융권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며 "금융권 인사들도 저축은행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되면 안된다는데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저축은행 인수에 대한 사전 교감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현재 저축은행 문제 해결에 김 위원장의 의지는 단호하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세심하게 보고 있으므로 걱정은 안해도 될 것"이라며 "저축은행 문제는 대로 정확하게 핵심을 파악하고 있고 기본방향에 대해서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전날 취임사를 통해서도 "금융시장의 취약요인들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문제가 더욱 커지고 풀기도 어려워진다"며 "부실 우려 부동산 PF 대출을 신속하게 정리해 불필요한 위기확산 우려를 방지해야 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저축은행의 부실규모는 6조7000억원 정도로 이 가운데 PF 관련 부실이 3조8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저축은행의 PF채권 연체율은 캠코의 부실 채권 매입으로 지난해 6월 말 8.7%로 떨어졌다가 9월 말 24.3%까지 치솟았다.

◇김석동, 구조조정 성공할까?

김 위원장은 1993년 카드사태를 해결해 '대책반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일화로 유명하다. 그는 당시 은행장들에게 노란 봉투를 내밀고 카드 부실을 해결하기 위한 액수를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사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에 우려를 보내고 있다. 저축은행 문제는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와 감독 부실에서 비롯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놔둔 채 부실을 떠넘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게다가 금융지주사들의 사정도 녹록치 않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할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우리금융 역시 PF 부실채권에 따른 충당금 쌓으면서 경영 실적이 좋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신한지주 역시 지난해 신한사태로 인한 내부수습에 여념이 없다.

한편 구조조정 작업과 함께 예금보험 공동계정 설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도 주목된다. 예보 공동기금이란 금융회사가 고객 예금을 5000만원까지 보장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예금 보험료를 미리 적립하는 것이다.

최근 저축은행의 부실이 심화되면서 금융당국이 업종별 계정과 별도로 공동계정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은행과 보험권이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는 빠르면 오는 2월 국회에서 공동계정안을 통과시킨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