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선 판 흔들기?-탈당 이후 행보는
범여권 묶는 통합신당 산파역 연결 미지수, 전진코리아가 거점?
2007-03-22 매일일보
【매일일보제휴시=뉴시스】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결국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 선언은 한나라당 유력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한 강력한 펀치가 아니라 판 자체를 흔들겠다는 의미에서 초강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손 전 지사는 19일 산사 칩거를 끝내고 기자회견을 자청 "새로운 창당을 비롯해 창조적 능력을 갖고 있는 세력들을 모을 수 있는 바탕을 마려하겠다"면서 신당 창당을 포함한 정계개편의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가 선택한 기자회견 장소 또한 백범기념관이다. 민족 문제를 풀기 위해 홀로 어려운 길을 택했던 백범 김구 선생의 '역사 의식'을 본받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 손 전 지사는 기자회견문에서 "한 때의 돌팔매를 피하려고 역사의 죄인이 되는 길을 택할 수는 없다"면서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지 않기 위하여 대한민국의 장래와 국민의 희망에 등을 돌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을 위해 순교하기 보다는 국민을 위한 순교를 선택하겠다"면서 "당파에 집착하지 않고 오직 나라만을 생각한 백범의 정신을 따르고자 한다"고까지 했다. 기자회견장 단상에는 '평화 선진 통합, 오늘 시작입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어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손 전 지사는 탈당 결행과 관련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의 결심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지사의 한 핵심측근은 "이미 마음의 결심을 굳힌지 오래됐다"면서 "정치권 누구와도 상의한 적 없는 손 전 지사의 고뇌에 찬 결단이고 그것은 사사로운 경선룰의 문제와 자신의 지지율을 뛰어넘은 새로운 정치질서 마련을 위한 행보"라고 설명했다. 손 전 지사의 향후 행보가 곧바로 범여권을 묶는 통합신당 산파역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지난주말 산사칩거 직전에 참석했던 현실 정치권에 참여하지 않은 386그룹들이 주축이 된 '전진코리아'가 손 전 지사의 1차적 거점이 될 공산이 크다. 손 전 지사는 "전진코리아는 386 가운데 기존 정치세력에 참여하지 않고 국민적 부정적 인식에 반성하고 극복할 수 있는 적극적인 사회참여 세력으로 알고 있다"면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해나가는데 충분히 그 일원으로 바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탈당에 따른 우회적 경선불복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새로운 정치지형을 얼마나 잘 짤 수 있느냐는 물음에 손 전 지사는 설득력있는 답변을 내놔야 한다. 열린우리당, 통합신당모임 등 범여권진영에서 환영의 논평이 나오고 있지만 당분간 거리를 두면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같은 전문가 그룹들과 함께 새로운 진용을 갖추는데 힘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범여권 진영 또한 함께할 세력임을 천명했다. 손 전 지사는 "많은 분들과 상의하고 동참을 권유할 수 있었지만 공감대가 널리 펼쳐져 있다는 점에서 제가 뜻을 밝히고 동참하는 사람을 구하면 그 범위는 클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지금의 여권에 대해서도 같이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과 독자적인 정치행보가 대선 국면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본격적인 정치권의 세력 재편이 이제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