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우월적 권위 앞세워 ‘中企 기술탈취’ 어떻게?

중기부 3억원 배상 결정에도 ‘거부’… “그러거나 말거나”

2017-12-05     나기호 기자
[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현대자동차가 원사업자라는 우월적 권위를 앞세워 단가조정, 품질관리, 사후관리 등 다양한 명목으로 중소기업 비제이씨와 오엔씨엔지니어링의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일방적으로 탈취한 정황이 공개됐다.중소기업 비제이씨와 오엔씨엔지니어링은 5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현대차 기술탈취 피해 해결을 위한 대국민청원 기자회견을 열고, 기술탈취 정황을 상세히 공개했다.기술탈취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요구·유용하는 행위로, 하도급 4대 불공정행위에 포함돼 수급사업자가 입은 피해금액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정액과징금도 도입됐다.◇비제이씨 기술탈취 과정비제이씨는 지난 11년 동안 현대차와 정상적인 계약관계를 유지해오던 중 단 5개월 동안 8차례에 걸쳐 기술·테스트자료 요구와 미생물 절도를 당했다.
현대차는 무단탈취한 비제이씨의 기술자료·실험결과, 미생물 6병 등을 산학과제 계약을 체결한 경북대에 보내 비제이씨 미생물 기술을 분석했고. 경북대는 탈취기술로 유사기술을 개발했다. 또 탈취한 기술은 현대차 담당직원의 경북대 석사논문과 경북대 산학과제 보고서, 현대차‧경북대 공동특허 등에 사용됐으며, 경북대는 현대차 직원이 제공한 비제이씨의 기술자료를 출처 확인도 없이 산학과제 보고서(과제비용 8900만원)와 특허에 사용했다.최용설 비제이씨 대표는 “2015년 4월, 미생물제 계약해지 이후 22억원의 매출이 감소했다”며 “올해 6월에는 나머지 화학제품 계약까지 모두 해지한 이후 매출이 전무한 상태”라고 말했다.결국 비제이씨는 경북대와 현대차가 유사기술로 특허를 등록해 15년 동안 연구개발한 미생물 기술의 가치가 없어져 경영악화로 이어진 셈이다.반면 현대차는 기술탈취로 단가 64%를 절감했으며 경북대는 8900만원의 산학과제 수익 외에도 탈취한 기술로 특허를 등록해 산학과제 실적 올리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오엔씨, 유사방법으로 두 번의 기술탈취 당해박재국 오엔씨엔지니어링 대표는 20대 초반, 독일과 일본 유학을 통해 20년 동안 선진기술을 배운 엔지니어 출신으로 2009년 2월 회사를 설립했다.오엔씨의 1차 기술탈취 피해는 2010년 3월 현대차 생산라인에서 프레스설비부품이 잦은 고장 및 파손으로 설비의 비가동 시간 증가로 생산성 하락 문제가 크게 발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현대차는 박 대표에게 기술개발을 요구했다.박 대표는 “당시 1년의 기간과 1억7000만원을 비용을 투입해 문제점과 파손을 개선할 수 있는 프레스설비부품을 개발했다”며 “이후 2011년 5월20일 현대차에 개발사실을 알렸으나, 현대차 담당자가 개발된 제품 2세트를 무료로 달라는 갑질에 어쩔수 없이 무료로 공급했고, 결국 어떠한 연락도 못받은 상황에서 다른 제조업체로부터 납품받아 울산공장에 설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박 대표는 현대차 로봇 설비 개선작업에 설치한 전동실린더 제품의 기술과 데모키트, 심지어 제품 분해를 통한 기술설명까지 요구받는 등 2차 피해를 겪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 기술을 다국적기업 SKF로 유출해, 오엔씨가 개발한 제품과 같은 제품을 납품받았다.박 대표는 “이 같은 사실도 2015년 10월경 현대차 직원으로부터 직접 증거사진을 받아서 알게된 사실이며, 현대차는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탈취한 것도 부족해 외국 기업에 유출까지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한편 현대차는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중재위원회’가 내린 3억원의 배상결정에도 거부한 상태며, 지난달 21일 비제이씨와의 특허무효소송에서 패소해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