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진 오비맥주, 애주가들 '술술' 유혹할까
6.9도 '카스레드'출시, 맥주시장 변화 일으키나
2008-03-24 권민경 기자
[135호 경제] 소주에서 시작된 저도주 바람이 주류업계에 거센 가운데, 국내 대표적인 맥주업체인 오비맥주가 '거꾸로' 전략을 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5일 오비맥주는 알코올 도수 6.9도의 고도 맥주인 '카스 레드'를 15일부터 출시한다고 밝혔다. 6.9도는 국내 맥주 중에서는 가장 높은 도수. 국내맥주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하이트맥주의 '하이트'와 오비맥주의 '카스' 등의 알코올 도수는 4.5 선이다. 오비맥주 측은 높은 도수다양한 도수의 맥주 포트폴리오를 갖춰 틈새시장을 공략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 91년 하이트가 7.0도짜리 흑맥주 '스타우트'를 출시했을 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해 2000년 5.0도로 낮춰 재출시한 바 있다. 주류업계는 국내 시장에서 고도맥주가 '통'할지 미지수라고 보면서도, 오비의 신제품 출시가, 소주업계 저도주 경쟁에 이어 맥주시장에 고도주 바람을 불러 올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그동안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맥주 소비패턴을 조사한 결과, 저도주를 선호하는 사람들과 고도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맥주의 불만족에 대해 '도수가 낮다'는 응답자들이 많았다는 것. 오비맥주 홍보실의 정용민 부장은 "여성을 중심으로 부드럽고 알코올 저도 제품을 선호하는 층이 있는 반면, 비교적 나이가 든 소비층은 높은 알코올 도수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오비맥주는 6.9도의 맥주를 개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전략이다. 오비맥주는 6.9도 '카스레드'를 내놓으면서 가장 낮은 2.8도 '저스트 라이트'를 비롯해 4.2도 '카스 아이스 라이트'와 '카프리', 4.4도 '오비블루', 4.5도 '카스'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게됐다. '카스레드'의 가격대는 기존 제품들과 비슷한 선에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업계, 고도맥주 시기상조VS매니아 선호할 것
한편, 오비의 6.9도짜리 맥주 시판에 대해 주류업계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주류전문가들은 국내시장에서 고도맥주가 대중화 바람을 몰고 오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주류협회 한 관계자는 "6.9도짜리 맥주가 출시된다고 해도 시장에서 큰 포지션을 차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서 고도맥주는 이른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계에서도 오비 측의 신제품 출시가 소주업계의 저도수 바람과 같이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며 "오비 역시 브랜드 내에서 다양화 전략의 일환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일부 주류 전문가들은 "고도맥주가 현 시장 추세와는 반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높은 도수를 선호하는 중, 장년층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저도수 경쟁이 치열한 소주 시장에서도 일부 '독주'가 여전히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고도 맥주 역시 맥주 매니아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출시된 알코올 도수 25도짜리 소주인 '진로골드'의 경우 지난해 '순한소주'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2005년도에 비해 판매량이 18% 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로골드는 진로 전체 매출에서 1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소비자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제품. 보해양조 약시 순한 소주에 2% 부족함을 느낀 일부 소주 애호가들을 위해 최근 알코올 함량을 22도로 높인 '천년잎새'를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과 20대는 순한 소주를 찾고, 30~40대 소주 애호가들은 그보다 독한 술을 찾는 식으로 소주 소비 계층이 세분화하고 있다"며 "맥주시장도 이와 마찬가지로, 일부 매니아들과 중, 장년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고도맥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하이트, "고도맥주 출시 계획 없다"
한편, 오비의 고도맥주 출시에 대해 경쟁사인 하이트는 하이트 측에서는 일단 시장의 반응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고도맥주 출시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면서 "'카스레드'가 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트 역시 지난 91년 7도짜리 흑맥주 스타우트를 출시한 바 있는데, 당시는 고도맥주의 개념보다는, 국내시장에서 '흑맥주'의 필요성을 느껴 출시한 것"이라며 "그러나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너무 독하다'는 반응을 보여, 도수를 5도로 낮춰 재출시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