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점거, 학내 문제일 뿐 학내에서 해결해야”

[인터뷰] 홍대 ‘외부세력’ 논란 주인공 김용하 홍익대 총학생회장

2012-01-11     송병승 기자
[매일일보] 그의 얼굴에서는 피곤함이 묻어났다. 몇 일째 늦은 밤까지 중앙운영회 회의를 진행했고 기자와 만난 당일만 해도 학생들과의 간담회, 확대간부 회의를 6시간여 동안 진행한 후였다니 그럴 만도 했다.홍익대학교 총학생회장 김용하(27). 여느 대학생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학생으로 보이는 김용하 군의 어깨에 얹어져있는 ‘총학생회장’이라는 직책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듯 보였다. 불시에 해고당한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총장실 점거농성이 나흘째를 맞은 지난 6일 김군은 점거 농성장을 방문해 “외부세력은 나가달라”고 말했다가 농성 노조원들과 언론은 물론 홍대 학생들에게서 쏟아지는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했다. 기자와 만난 김군에게는 학교사회의 일원으로서 노동자들의 현실에 가슴 아파하는 마음이 분명히 느껴졌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심에 있어야할 학교나 재단 측은 전혀 보이지 않고 그 자리를 학생회가 나서서 ‘사용자’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은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매일일보>은 ‘외부세력’ 논란의 핵심 당사자인 홍대총학생회의 입장을 듣기 위해 10일 자정 총학생회장 김용하 군을 만났다. 다음은 임기 초부터 어려운 난관에 부딪힌 김용하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어머님·아버님을 도와주시는 분들에 감사하지만…점거 등 폭력적인
방법 말고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학생 여론, ‘청와대 앞 농성이면 나도 나가서 같이 싸우겠지만
학교 이미지 망가지고 수업권 침해받는 것은 싫다’는 것이 주류”

- 홍대 학내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화가 되면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어떤 심정인가.△ 많은 언론 보도를 보고 나서 첫째로는 편향된 보도와 이슈 만들기, 마녀사냥 등으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 생각을 알지 못하면서 기사를 만드는 언론들에 대해서 많이 실망했고 또 많이 배웠다. 듣는 것이 아닌 실제 몸으로 겪으니 더 그런 것 같았다. 모두다 가치관이 다르고 생각 방식이 다른데 언론에 휩쓸려서 여론조종 되고 그 사람의 생각이 모두 틀린 것인냥 단죄하는 것목소리들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총학생회장 당선 전에는 이번 노동자 처우 문제에 대해서 알지 못했나.△ 전혀 알지 못했다. 당선되고 일주일 후에 노조 출범식이 있었다. 전혀 정보가 없는 상태였고 학생들을 위한 복지 위주의 공약을 펼쳤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저에게 누구 하나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 ‘외부세력 나가달라’는 발언이 뜨거운 이슈다.

△ 당연히 그분들(노조를 돕기 위해 들어와 있는 ‘외부세력’)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노동운동을 하시는 분들 말이다. 하지만 홍대를 타깃으로 잡고 들어와 이슈화 시키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생각이다. 물론 그 분들의 뜻도 이해를 하지만 학교에서 문제를 터트리고 외부의 문제로 나아가려고 하니까 학생회장의 입장에서는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있고 하기 때문에 그 학생들을 지켜주기 위해서 그랬던 것이다. - 학교와 노조 사이의 갈등은 무엇 때문이라고 보는가.△ 학교는 전혀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 학교와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만료됐고 어머님, 아버님들과 용역업체도 현재 관계가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학교는 순수한 어머님, 아버님들과만 대화를 하려고 한다. 학교와 민주노총, 어머님들 사이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 학생회가 판단한 것은 민주노총이 어머님들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서 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 그렇다면 민주노총이라는 단체를 배제하겠다는 것인가.△ 제 생각으로는 민주노총은 이 문제를 외부로 가지고 가서 (사회전체에 만연해 있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인 것 같다. 하지만 학생회는 내부적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 양쪽의 의견을 조율해 빨리 해결해야 하는 것이 당면목표이다. 민주노총과의 앞으로 관계를 정확히 말 할 수는 없지만 합의점을 찾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 민주노총을 배제한다면 학생회가 이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취해나갈 방향은 무엇인가. △ 우리는 독자적으로 어머님, 아버님들을 돕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학생들의 뜻을 모아 처우개선에 관해서 학교 측에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현재 점거와 같은 방식이 아니라 방법을 바꿔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거나 하는 방법으로 하고 싶다. - 현재 점거농성에 대한 학생들의 여론은 어떤가.△ 학생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는 가치관의 차이 때문인 것 같다. 농성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슨 이유에서 저렇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 공감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학생들은 피해를 보기 싫어하는 것 같다. 실제로 ‘청와대 앞에서 농성하면 나도 나가겠다’고 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이슈화를 위해서 홍대 이미지를 깎아 먹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 많다. - 이 문제에 대해 모르던 학생들이 점거 농성 소식을 듣는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 같나.△ 아마 모든 학생들이 어머님, 아버님들을 도와드리고 싶다는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님, 아버님들은 아직 모르시는 부분이 많은데 민주노총이 개입해 이슈화 만들기에 집중해 어머님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학교에 대응하려 한다. 학생들은 그것이 싫은 것이다.

- 학생회가 현재까지 어머님들을 위해 한 일이 있나.△ 모금 활동을 해서 기금을 가져다 드리고 보온을 위해 주무실 때 까는 매트, 손난로 등을 가져다 드렸다. 또한 커피, 호두차 등도 지원해 드렸다. - 총학생회장이 농성장에서 밥을 안 먹는다는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방문할 때마다 식사를 대접해 주시려 한다. 매우 감사한데 한편으로는 겁이 난다. 밥 먹는 데 분명 또 많은 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것이고, ‘밥까지 얻어먹은 놈이…’라는 식의 기사가 날까 두렵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그런 것들이 두려워 먹지 못했다. - 언제쯤 문제가 해결 될 것 같나.△ 빨리 끝났으면 좋겠지만,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취재여담] ‘노조’가 뭔지도 몰랐다는 아이들…

인터뷰에서 김용하 홍대 총학생회장은 앞으로 학생회가 진행할 방향에 대해서도 그는 “평화적이고 마음을 울리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등의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아닌 포괄적인 내용만을 말했다.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학생들의 복지 문제를 주 공약으로 내세워서 현재의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잘 알지 못해서일까. 그는 현재의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고된 홍익대학교 청소, 경비 노동자들은 노조를 설립해 민주노총 산하 공공노조 서비스연맹에 소속되어 있다. 이들은 ‘고용승계’와 ‘복직’을 요구하기 위해 ‘상급단체’의 지원 하에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민주노총과 청소, 경비노동자들이 전혀 별개의 다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민주노총은 이 문제를 외부로 가지고 가서 근본적인 해결을 바라는 것이 목적인 것 같다”며 “민주노총과의 앞으로 관계를 정확히 말 할 수는 없지만 합의점을 찾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해고돼 농성하고 있는 청소, 경비 노동자들이 모두 민주노총 소속이고 김 총학생회장의 말대로라면 모든 청소 경비 노동자들과는 연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후 사실관계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인터뷰가 끝난 후 만난 홍대 학생들은 “사태 초기 총학생회는 ‘노조’가 뭐하는 곳인지 자체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며, “지금은 그나마 주변에서 ‘기본개념’을 가르쳐줘서 저 정도나마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