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기술탈취] 中企, 기술탈취 소송 승소률 0%…법제도 허점이 문제 키웠나?

5년간 기술탈취 피해액 3000억 넘는데…본안 소송서 100% 패소

2018-12-10     이종무 기자
[매일일보 이종무 기자]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 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하는 이른바 ‘기술탈취’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은 대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승소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10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당진시)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업 부설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는 2000여 개의 중소기업 중 기술탈취 경험 사례는 모두 527건으로 피해 신고액만 3063억6000만원에 이른다.지난해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 8219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술탈취 실태조사에서는 7.8%인 644곳의 중소기업이 기술탈취 피해를 경험했다. 기술탈취 1건당 피해액은 17억4000만원, 연평균 피해액은 3456억에 달했다.하지만 특허침해와 관련된 소송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이긴 사례는 최근 5년간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특허청이 지난 국정감사 때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경기 하남)에 제출한 ‘손해배상제도 개선을 위한 특허침해 소송 판결 동향 분석’ 자료에 의하면 2009년 이후 최근 5년간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기술탈취 등을 이유로 제기한 특허침해 본안 소송에서 100% 패소한 것으로 분석됐다.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침해 소송(가처분 + 본안 소송)에서의 승소율은 40%인 것에 비해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제소한 송사에서 중소기업 승소율은 1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대기업 승소율이 중소기업보다 4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이 중 가처분 사건을 제외한 특허침해 본안 사건의 경우 지난 5년간 국내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20건의 특허권 침해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패소했다.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 패할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이유는 장기간 소송으로 인해 소모되는 막대한 비용과 그 과정에서 대기업의 회유, 해당 기술에 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수사기관이나 법원 등이 꼽히지만, 중소기업의 기술탈취를 보호할 수 없는 법·제도적 허점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재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타인의 식별 표지를 모방하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에서 규정하고 있고 타인의 유용한 기술 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는 ‘영업비밀보호법’에 의해 보호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규정만으로는 대기업과 같은 우월한 위치에 있는 기업에 의한 중소기업의 기술탈취는 보호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기술탈취에 대한 정의도 법률에서는 모호하게 표현돼 있어 법리 해석으로 보호 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이 관계자는 “통상 영업비밀 침해를 ‘기술유출’이라고 표현한다”며 “기술유출 개념으로 해석하기 힘든 경우 기술탈취에 해당하는 사건에 있어 법리로 포섭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를 더 폭 넓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