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찻잔속에 ‘태풍인가?’ 이명박에 ‘저격수 인가?’
한나라, 당혹속 책임론 공방 당내갈등 조짐 확산 될 수도
2007-03-25 홍성희 기자
한나라당의 뇌관이 드디어 터졌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함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17대 대통령 선거의 판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한나라당내 빅3로 부각된 손 전 경기지사의 탈당은 `한나라당내 3위 후보'의 중도포기라는 의미를 넘어 정치권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손 전 지사가 범여권행이나 우리당으로 갈 경우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치명타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도 악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손 전 지사의 중도탈락으로 '삼각구도'가 깨지면서 양대 대선주자간 경쟁이 더 격화될 가능성과 함께 이번 탈당 사태를 둘러싼 책임론 등 후폭풍에도 적잖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일단 "안타깝고 애석하다"고 말을 아끼면서 손 전 지사가 지금이라도 탈당 결정을 철회하고 당과 국민을 위해 경선에 참여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한, 이념적 반쪽 경선 ‘대선 3수 암운’…`朴.李 어느 쪽에 불리한가' 경선판도 주목
당 일각, 대선 패배 악몽 재연 우려 목소리 '집안 싸움'은 하지 말아야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예견했던 수순", "명분없는 말 갈아타기", "열린우리당 집권용 불쏘시개 탈당"이라는 비판도 나왔고, 지난 97년 이인제 의원의 신한국당 탈당 사례를 거론하면서 "탈당하고 나간 사람치고 성공한 사람이 없다"는 인신공격성 비난도 제기됐다.전여옥 최고위원은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손 전 지사는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도지사로, 대권후보로 만들어준 당에 대해 '군부잔재와 개발독재'가 주인행세를 하기 때문에 탈당을 했다고 말했다"면서 "10여년의 비바람을 견디며 당을 지탱해온 100만 당원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말을 했다"고 비판했다.전 최고위원은 "온갖 영화는 다 누리며 실제로 '주인노릇' 했던 분이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독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소장. 개혁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손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도 나왔다. 당내 대표적 소장. 개혁파인 남경필 의원은 손 전 지사의 탈당에 앞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당내에서 자신의 주장과 정치적 입지가 외면당한 것에 대한 한계를 많이 느낀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러나 문제는 양대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보수. 우파 성향에 가까운 만큼 개혁 이미지가 강한 손 전 지사가 반대편에서 균형추 역할을 함으로써 중도지대의 표를 끌어모을 것으로 기대했던 한나라당으로서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는 점이다. 물론 원희룡, 고진화 의원 등 2명의 젊은 대선주자들이 있지만 중량감에서 손 전 지사와 비교하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김성조 당 전략기획본부장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당의 외연을 확대하는 데 있어 손 전 지사의 역할이 컸는데 결국 탈당을 선언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당 일각에선 대선 패배의 악몽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집안 싸움'을 겪으면서 불거졌던 그간의 '필패론'과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수준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특히 손 전 지사의 탈당은 대선판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한나라당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범여권에 국면전환의 기폭제를 제공했고 독자화 세력을 추진할 경우 현재의 대선구도가 크게 흔들리면서 정국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속으로 빠질수도 있다. 이명박 측근인 박형준 의원은 "선거구도가 급변하는 자체가 이 전 시장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박 전 대표측은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면서도 이 전 시장의 '지지율 거품 붕괴'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이는 손 전 지사가 범여권의 후보가 된다고 가정했을 때 이 전 시장의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얘기고 여권발 정계개편이 본격화할 될 것으로 보여 진다. 다시말해 범여권으로서는 손 전 지사의 탈당으로 정치권이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세력, 정계개편의 결과물로 출현할 중도개혁세력, 민주노동당과 친(親)노무현 계열의 정당 등 진보세력으로 삼분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손 전 지사가 만약 기존 범여권 정치세력에 합류하기보다는 시민사회세력과 손을 잡고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 보수와 진보 양 극단 사이에 존재하는 중도개혁의 공간에 새 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지난 15일 `전진코리아'의 창립대회에 참석해 "새 정치질서 출현은 당위"라는 요지의 축사를 한 지 나흘만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 탈당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주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선판도 급변 뇌관되나-범여권 "손학규 용기있는 결단" 이제부터 시작
정계개편 결과물 출현할 ‘중도-친(親)노-진보세력 삼분가 될 수도’
즉 386세대 운동권 출신 인사들과 각계 전문가 그룹, 문화계 인사 등이 주축이 된 전진코리아는 특정 대선후보를 겨냥한 조직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전 지사가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하려 할 경우 이 모임이 모태가 될 수도 있다. 다시말해 손 전 지사를 비롯,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이 `시민후보' 경선에 참여할 경우 기성 정치권 밖에서 전혀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는 셈이다.여기에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등에서 20여명의 초.재선 의원들이 손 전 지사의 새로운 정치세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손 전 지사 `탈당' 선언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일단 보였으나 ‘군사독재잔당과 개발독재잔재들이 주인행세를 하고있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었기에 5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고 경선 룰 때문에 나가는 것인 데 안하던 말을 하니까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비판했다.박 전 대표는 "애당초 합법적 절차를 거쳐 공정하게 만들어진 경선 룰 원칙을 바꾸려 했던 게 잘못"이라며 "사실 손 전 지사도 경선방식이 통과될 때 한 자도 고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원칙대로 갔으면 좋지 않았겠느냐 생각한다"고 덧붙였다.반면 이명박 전 시장은 "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목전에 두고 당을 떠나서 아쉽다"며 "한나라당은 힘을 모아 정권교체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양 주자 진영은 손 전 지사 탈당이 향후 대선 및 경선구도에 미칠 파장과 이에 따른 이해득실 따지기에 분주한 모습이였다. 한편 범여권은 한나라당 내 대표적인 개혁인사로 분류되던 손 전 지사의 탈당이야말로 한나라당이 수구보수적 정당임을 입증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범여권과 한나라당간 차별성을 부각시키는데 상당한 비중을 뒀다.열린우리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손학규식 정치가 한나라당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는 반증으로서 이제 한나라당에는 냉전 향수병에 휩싸인 세력만 남았다"며 "평화개혁세력은 중심을 잡고 단결해 한나라당에 대한 정체성적 차별성을 분명히 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이광재 의원도 "손 전 지사는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우를 수 있어 가장 두려운 후보였다"며 "손 전 지사의 탈당으로 인해 이번 대선은 구(舊) `민정당. 공화당' 대 `21세기 정당'의 대결구도가 형성됐고, 여권은 21세기 정당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신당추진모임 양형일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손 전 지사가 밝힌 대로 군사독재 잔당, 개발독재의 잔재를 하루 속히 청산하고 통합과 상생의 정치의 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논평했다.그러나 우리당 일각에선 한나라당에 있던 사람이 며칠 만에 우리와 대권행보를 같이 한다면 국민이 전혀 감동받지 못해 여러가지 가능성이 많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손학규-`전진코리아' 관계는=중도개혁 성향의 전진코리아는 `비(非)열린우리당-반(反)한나라당'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 15일 출범했으며, 연말 대선에서 독자후보를 내기 위해 8월까지 신당창당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최배근 건국대 민족통일연구소장, 김 윤 세계경제화포럼 대표,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각 분야의 30~40대 386운동권 출신 1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하지만 정치권은 `신당 창당을 포함, 새로운 정치 질서를 창조하겠다'고 탈당의 변을 밝힌 손 전 지사와 제3지대 신당창당을 목표로 내건 전진코리아가 중도개혁 코드로 이념적 친화성을 가지고 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더구나 한나라당 울타리를 벗어난 손 전 지사와 정치권 외곽세력 중 하나에 불과한 전진코리아가 손을 맞잡을 경우 각자의 정치적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이를 반영하듯 손 전 지사는 이날 탈당 기자회견에서 "전진 코리아는 기존 386정치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극복할 수 있는 적극적 사회참여 세력이자 새로운 정치세력의 한 바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고, 전진코리아는 논평을 통해 "손 전 지사의 용기있는 역사적 결단을 환영하며, 새로운 정치질서 출현을 갈망하는 모든 분들께 큰 희망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화답했다.더 나아가 정치권 내에서는 전진코리아가 대선을 앞두고 범여권의 새판짜기를 주도할 정계개편의 핵심축으로 기능하고 그 중심에 손 전 지사가 자리할 가능성이 많다는 관측이 제기된다.우리당 재선그룹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추진했던 `동시탈당에 의한 제 3지대' 구성 논의가 민주당의 부정적 반응 속에 수면 아래로 잠복한 만큼 전진코리아가 새로운 결집의 장소가 될 수 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