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골프존, 상장 앞두고 뒷말 이는 내막

"상속세 피하기 위한 노림수"

2012-01-17     안혜정 기자

[매일일보] 국내 스크린골프업계 1위 업체 (주)골프존이 상장을 앞두고 무성한 뒷말에 휩싸였다.

현재 골프존은 상장 후 시가 총액이 무려 1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장안의 화제를 낳고 있다.

여기에 상장할 시 주식가치가 200배까지 상승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망 기업’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골프존을 둘러싸고 관련 업계에서는 ‘이상 야릇’한 소문이 돌고 있다. 이번 상장을 두고 일각에서 “골프존 오너 일가가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상장 전에 미리 술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매일일보>의 자매지 <파이낸셜투데이, www.ftoday.co.kr>가 소문의 진상을 추적해봤다.

5년 전 장남에게 51.71% 증여한 골프존 대표, 상장 시 5000억원 규모…차액세금 ‘無’
속개 결정한 KRX “꼼꼼히 체크하는 것일 뿐”…일각 “상속세 피하기 위한 노림수”


골프존은 2000년 5월 설립 이래 국내 스크린골프를 대중화시킨 장본인이다.

골프존은 현재 전국 3500여 곳에 점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2009년 기준 매출액은 1330억원, 영업이익은 521억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에 힙 입어 골프존은 최근 코스닥 상장을 시도, 곧 상장될 것으로 예상돼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물론 업계뿐만 아니라 주식 시장에서도 인기 1위 종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골프존 상장, 계속 연기되는 이유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골프존이 상장하기까지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악의 경우 업계의 기대를 저버리고 상장이 안 될 가능성도 잠재돼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1월 25일 한국거래소(KRX)가 ‘속개’ 판정을 내려 의문을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속개란 심사당일 결론을 내지 않고 시간을 더 갖겠다는 것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상장 예비심사가 6~7주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골프존은 작년 11월 중순 심사를 통과했어야 했다. 여기에 속개판정을 받더라도 적어도 6~7주 뒤인 12월말까지는 상장을 완료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거래소는 또다시 골프존의 상장 심사를 미루었다. 나아가 골프존의 상장심사에 대한 특별 워크숍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골프존의 상장사 입성 시기를 늦으면 올 2월로 내다보고 있다. 보통 상장심사는 2주마다 열리지만 거래소가 2월까지는 상장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처럼 골프존의 상장시기가 계속해서 지연되는 것에 대해서는 각종 ‘설’들이 무성하다. 이 중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골프존 오너 일가가 시세차익을 통한 ‘편법증여’를 노렸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다.

현재 골프존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75.8%(778만8904주)에 육박한다. 이는 상장할 시 이에 따른 시세차익을 오너 일가가 통째로 차지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75.8% 중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것은 골프존 김영찬 대표의 아들인 김원일 공동대표다. 김 공동대표가 가진 지분은 51.71%(약 523만주)로 이는 골프존 상장 시 50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거대 재산’으로 불어나게 된다. 반면 아버지 김영찬 대표가 가진 지분은 20.91%(약 200만주)에 불과하다.

골프존 오너 일가의 ‘절묘한 증여’

문제는 김 공동대표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주식에 대해 단 한 푼의 시세차익도 낼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바로 ‘절묘한 증여시기’ 때문이다.

골프존은 지난 2005년 김 공동대표를 최대주주에 올리면서 주식 증여를 마쳤다. 증여와 관련된 세금도 이 때 모두 납부했다. 남은 것은 상장주식 차액에 대해 증여세지만 김 공동대표는 이에 따른 세금을 납부할 필요가 없다.

현행법 상 증여받은 비상장주식이 취득한 날로부터 5년 이후에 상장되면 그에 따른 차액은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 중에서는 비상장주식 증여를 마친 뒤 상장 차액에 따른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증여일로부터 5년이 지나서 상장 신청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5년이라는 시간을 노린 ‘편법증여’ 탓에 한국거래소가 계속해서 상장심사를 미루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일각의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골프존의 규모가 워낙 크고 흔치 않은 사업인 탓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속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골프존에 대해 “문화 콘텐츠로서의 수출 가능성을 높이 사고 있기 때문에 코스닥 시장 상장을 오픈했으며 오락 시설이라는 퇴폐적 성격 탓에 속개심사를 신청하게 된 것 뿐”이라며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심사를 미루거나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거래소의 석연치 않은 해명

하지만 거래소의 해명은 업계 사이에서 설득력이 희박한 ‘변명’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크린골프가 생소한 업종인 것은 사실이나 영업 형태로 볼 때 유사 게임 업종으로 분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부분 때문이다.

한 게임·인터넷 담당 연구원은 “골프존은 3D 가상 설비를 갖추고 골프 게임을 제공하며 온라인으로 이를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기존 게임 업체와 비슷하다”며 “골프존을 엔씨소프트 등의 상장 게임 업체와 동일선상으로 보는 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약 1700억 원에 이르는 골프존의 공모가 코스닥 시장에서 매우 큰 규모인 탓에 상장이 미뤄진다는 이유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로 치부되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해 게임업체인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를 코스닥 시장에 오픈시켰으며 해당 업체의 공모 규모는 1300억 원으로 골프존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말 상장 예심을 청구한 위메이드는 골프존과 달리 6주 만에 상장 적격판정을 받았다.

이 같은 사실 탓에 거래소가 골프존의 상장심사를 미루는 ‘뒷 배경’에 대한 소문은 계속해서 불어나고만 있지만 현재까지 거래소와 골프존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골프존은 여전히 증권업계 ‘핫이슈’로 떠오르며 수많은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중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골프존이 상장하게 되면 1조원이 넘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현재 인기종목 1위로 거래되고 있으며 상장 후에는 코스닥의 인기를 실감하게 하는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