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노조간부와 송사 벌인 숨은 이유

“과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했다”

2012-01-17     성현 기자

[파이낸셜투데이=성현 기자] 제주항공의 비상이 화제다. 지난해 다수의 해외노선을 취항하고 1500억대 매출을 올리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최근에는 ‘1만원 제주도티켓’으로 인터넷을 달구기도 했다.

경사가 많아서였을까. 잘 나가던 제주항공에게 패배의 쓴맛을 안기는 사건이 발생한다.

제주항공이 해고당한 전 기장과의 재판에서 패한 것이다. 노조간부로 일하던 기장이라는 점이 곤혹스러움을 더한다.

물론 제주항공은 상소를 했지만, 징계에 관해 의문스러운 내용은 한둘이 아니다. <매일일보>의 자매지 <파이낸셜투데이 >가 그 내막을 추적해봤다.

당사자들은 아니라는데 과거까지 들춰가며 노조간부 몰아내
법원 “안전수칙을 위반해 징계는 필요하지만 해고는 과했다”

지난해 10월 말, 제주항공에게 난감한 사건이 발생한다.

제주항공에서 해고당한 최모기장이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패소한 것이다. 최기장은 안전수칙 위반 등의 이유로 ‘권고사직 후 퇴사’라는 징계를 받았지만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제주항공을 당혹시킨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콕핏에 앉은 개그맨

2008년 11월 최기장은 개그맨 김모씨를 조종실에 태우고 운항한다. ‘미인가자는조종실에 탑승 할 수 없다’는 안전수칙 위반이다. 이 일을 고발한 투서로 인해 최기장은 상벌위원회에 회부된다. 그런데 상벌위원회는 다른 행적들도 거론한다. 과거 최기장이 여승무원들에게 했던 발언들이었다. 지난 2008년 5월, 여러 승무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최기장은 특정 여승무원에게 “얼굴이 못생겼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었다. 또, 다른 여승무원을 질책한 사실도 징계에 포함됐다. 2008년 8월, 운항 중 난기류가 발생하자 객실에 있던 한 여승무원이 자발적으로 안내방송을 한다. 기장의 허락을 받도록 돼있지만 이같은 과정 없이 안내방송을 한 것이다. 최기장은 해당 승무원의 상급자에게 이에 대한 질책을 했다. 제주항공은 최기장에게 ‘권고사직 후 퇴사’라는 징계를 내린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민사 13부는 지난해 10월 22일 판결을 통해 개그맨 김모씨 탑승건의 경우 징계가 필요하지만 다른 사안들은 당사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는만큼 해고는 과하다는 취지의 원소승소판결을 내린 것이다.

의문으로 남은 투서와 징계수위

최기장의 승소로 결론났지만 의문거리는 산적해있다. 우선 투서는 직원만이 출입 할 수 있는 장소에서 발견됐지만 작성자 스스로가 제주항공의 직원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소속을 밝힐 필요가 없는 투서임에도 어떤 이유로 외부인을 자청한 것인지 의문이 간다. 제주항공의 한 기장은 “상벌위원회도 문제가 있다. 공고도 없이 상벌위원회 소집일정을 잡았고 그 자리에서 징계가 결정됐다”고 전했다. 한편, 제주항공의 상벌위원회 규정을 살펴보면 피심사인은 재심신청권이 있다. 그런데 재심여부를 상벌위원장이 맡는다고 규정돼있다. 재심가능성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최기장의 복직여부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제주항공의 안전성이 승객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인가자의 조종실 탑승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사건 이후 최기장은 중국에서 거주하며 중국항공사에서 일하고 있다. 또한, 제주항공 조종사 3명도 “더 이상 못 참겠다”며 타 항공사로 떠났다고 한다. 최기장의 해고가 결정된 이후, 125명의 동료가 탄원서를 낸다. 탄원서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큰 관심사가 됐다. “평소 노조원과 비노조원에 대한 회사의 처우가 달랐다”는 한 직원의 이야기로 미루어보아 당시 제주항공 직원들의 불만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 사건으로 직원들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웠을 것이다. 그러나 징계는 과했다. 정직이나 감봉 등 최기장이 수용할만한 징계로 끝났다면 이 사건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조용히 마무리됐을 것이다. 하지만 권고사직 후 퇴사라는 강한 징계를 내렸고, 소송으로 이어졌으며 1심에 불복해 상소까지 하는 등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제주항공은 노조탄압기업이라는 꼬리표를 얻게 될 수도 있다. 노조간부에 대한 해고라는 점은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이슈화 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고라는 극단적인 선택보다 안전교육 강화 내지 징계수위 조절 등의 방안을 써야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