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기술탈취④] 인력 유출에 의한 기술탈취도 문제… “직업윤리 재고 방법밖엔”
내부 직원 기술유출 91%, ‘中企 기술보호’ 대책 마련 시급
“근로 조건·임금 격차 탓…달리 방법 없어”
2017-12-14 나기호·이종무 기자
[매일일보 나기호·이종무 기자] 중소기업이 회사의 핵심 기술 자료를 대기업에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전문인력 유출로 인한 기술탈취·유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9월까지 산업 기술이나 영업 비밀 유출로 피해를 입은 기업의 93.3%가 중소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내부 직원에 의한 기술유출이 91%로 가장 많았다.이들 중 68%는 △(대기업으로) 이직이나 창업을 이유로 29%는 △금전 이익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인사 등 처우에 대한 불만으로 기술을 유출한 사례도 3%나 달했다.경찰청 외사국은 조사 기간 동안 이뤄진 산업 기술 유출범죄 기획 수사를 통해 모두 90건을 수사해 223명을 검거했다.이처럼 근로 조건과 임금 격차에 의한 기술탈취 문제는 충분한 사전 조사 없이 해외 시장에 진출한 중소기업에도 여지없이 발생한다.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해외 시장, 특히 개발도상국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이 겪는 문제 중 ‘직원들의 직업윤리 수준에 따른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았다. 개발도상국 현지의 이직률이 높아 기술 정보를 외부로 유출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설명이다.실제 베트남의 경우 현재 국내 중소기업의 투자와 진출이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시장 진출 ‘선호 국가’ 중 한 곳이지만, 현지 근로자에 대한 문화와 현지 ‘노동법’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갈등이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기술탈취 예방과 함께 개발도상국으로 진출하는 중소기업 기술 보호에도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되는 부분이다.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 관계자는 “근로 조건과 임금 격차로 인한 이직에 따른 기술탈취는 다소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근로자가 이런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보안 인프라 구축과 보안 관리를 위한 투자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어 “하지만 경영 여건상 중소기업은 전반적으로 대응 역량이 낮기 때문에 일정 부분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실제 최근 중소기업 기술인력에 대한 대기업의 무분별한 영입 확대로 인한 기술탈취 피해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중소기업의 보안 역량 수준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자료를 살펴보면 2010년 현재 대기업의 영입을 통해 유출된 중소기업의 기술인력은 112명으로 2008년 46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헌데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를 위한 역량은 대기업에 비해 매우 취약한 수준이다.중기부가 2010년 실시한 ‘산업기밀관리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은 평균 75.7점으로 ‘양호’ 수준이었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60.5% 수준에 불과한 45.7점으로 ‘매우 취약’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특히 △보안 규정 △보안 시스템 △전담 조직 등 보안관리 체계 미비로 사전 예방과 유출 시 대응 차원에 대한 역량이 전반적으로 취약하다는 분석이다.기술인력의 대기업으로의 이직에 의한 기술유출은 연구개발(R&D)이 중단되거나 생산과 조업에 차질을 불러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사실상 인력유출로 인한 기술탈취 피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손쓸 틈도 없이 당하고만 있는 실정이다.법조계 한 관계자는 “특히 소프트웨어(SW) 개발 분야의 경우 개발인력이 프로그램 설계 도중 대기업으로 이직해 관련 사업이 철회되거나 연기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면서도 “이 가운데 불공정한 방법으로 유인해 채용 시킨 것으로 의심되는 행위도 상당수 존재한다”고 설명했다.아울러 “하지만 현재 근로 조건과 임금 격차에 따른 이직을 통한 기술탈취·유출을 막을 방법은 실질적으로 없다”며 “중소기업 근로자의 직업윤리 제고 등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와 투자,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