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빠진 함바집 비리 수사…타개책은?

2012-01-18     서정철 기자
[매일일보] 건설현장식당(함바집) 운영권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졌다. 함바집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데 이어 박기륜 전 경기경찰청 2차장은 출국했다.이 때문에 일사천리로 진행하던 검찰의 함바집 비리 수사는 다소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검찰이 과연 어떤 방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해 다시 수사에 속도를 낼지 주목되는 이유다.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여환섭)는 지난해 말 강 전 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을 출국금지 조치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여왔다. 함바집 브로커 유모씨(65·구속기소)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과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도 출국금지 시키는 등 수사에 가속도가 붙는 듯 했다. 이 당시 검찰의 함바집 비리 수사가 속전속결로 마무리 될 것 이라는 섣부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의 자신감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먼저 강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검찰은 당초 강 전 청장에 대한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2009년 유씨로부터 경찰관 승진 인사 청탁 명목 등으로 1억1000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내용을 혐의사실에 포함시켰다.유씨가 구속되기 직전 4000만원을 건네 해외도피를 권유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내용도 혐의사실로 제시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기재된 혐의 사실에 대해서 강 전 청장을 구속해야 할 정도로 충분한 소명이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도주와 증거의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됐다.강 전 청장이 돈을 받은 것과 실제 경찰 인사 사이의 대가성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 전 차장의 출국 소식으로 검찰은 또 한번 허를 찔렸다.검찰이 박 전 차장의 연루 의혹을 뒷받침해줄 증거 확보에 몰두하느라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지 못한 틈을 타 박 전 차장이 외국으로 몸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박 전 차장은 유씨의 로비 행각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향후 검찰이 반드시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점쳐졌던 인물이다. 박 전 차장의 출국 소식은 검찰에게 또 다른 부담을 안겨줬다. 유씨와의 유착이 의심되는 박 전 차장을 놔둔 채 함바집 로비 사건의 전말을 파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일단 강 전 청장을 구속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사의 첫 단추인 강 전 청장 구속에 실패한다면 전·현직 경찰 수뇌부를 겨냥한 수사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위기다. 강 전 청장의 구속이 될 경우 12일 소환 조사를 마친 이 전 해경청장에 대한 영장청구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함바집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전·현직 경찰 수뇌부에 대한 줄소환도 빨라질 수 있다.검찰은 강 전 청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물증확보를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유씨가 강 전 청장을 만날 때마다 승진 대상 경찰관들과 수십 차례에 걸쳐 전화통화를 한 정황을 포착하는 등 혐의를 입증할 만한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검찰은 통화기록 분석 등 보강수사를 벌인 뒤 이르면 이번 주 중 강 전 청장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검찰은 또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해경청장은 유씨로부터 함바집 운영과 관련해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3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유씨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인천의 한 아파트 분양권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검찰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이 전 해경청장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다각도로 물증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김병철 전 울산경찰청장에 대한 소환조사에 이어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양성철 전 광주경찰청장, 배 전 청와대 감찰팀장, 이 전 경무국장 등에 대한 조사 일정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