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모아 태산?’…조금씩 훔친 금가루로 아파트 구입

뭐 뀐 놈이 성낸다더니, 선처해준 사장 고소

2008-03-30     한종해 기자

탈옥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죄수가 탈옥을 하기위해 땅을 파고 주머니에 조금씩 흙을 넣어 밖에 버리는 장면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서울의 한 금세공공장에서 이를 이용(?)해 금가루를 바지주머니에 숨겨 가지고 나와 끝내 아파트를 마련한 종업원이 경찰에 적발됐다.

탈옥이 목적이 아닌 자신의 배 불리기가 목적이었던 것.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 21일 자신이 일하는 금세공공장에서 금을 빼돌린 혐의(절도)로 이모(3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 종로구의 M귀금속동장에서 세공기술자로 일해 온 박씨. 박씨는 지난 2005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년여 동안 업주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바지주머니를 이용, 조금씩 빼돌리는 수법으로 공장에 있는 금을 훔치기 시작했다.박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12월까지 최소한 1억원 어치 이상의 금을 훔쳤다. 공장에 설치된 CCTV에 나온 박씨의 모습은 금을 세공하고 나온 금가루를 작은 비닐팩에 옮겨 담고 주위를 살핀 뒤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일어서서 바지 속에 금을 숨겼다.박씨는 빼돌린 금을 집에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한 달에 한 번씩 평소 거래하고 있던 귀금속점에서 녹여 이를 덩어리로 만든 뒤 이를 다른 귀금속점에 파는 방법으로 1억원 상당의 돈을 모았다.박씨는 훔친 금을 팔아 마련한 돈을 은행에 차곡차곡 저축했고, 지난해에는 이 돈을 보태 경기도 파주에 시가 3억원짜리 아파트를 샀다.그러나 꼬리가 길며 밟히는 법. 금 출고량이 계속 비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업주 이모(43)씨가 지난해 12월 몰래 설치한 CC(폐쇄회로)TV에 금을 훔치는 장면이 잡히면서 박씨의 절도행각은 막을 내렸다.업주 이씨는 “금이 계속 비는데 어디서 비는지 몰라서 CCTV를 설치했다. 박씨가 매일 조금씩 가져가는 양이 있더라”며 CCTV설치 이유를 설명했다.범행이 들통 나자 박씨는 자신의 아파트에 2억5천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하며 변제하겠다고 선처를 부탁했고 이씨는 8년 동안 한 식구처럼 지낸 정을 생각해 피해액만 돌려받고 일을 마무리하려 했다.그런데 결국 돈에 욕심이 오른 박씨는 또다시 자신의 무덤을 팠다. 선처를 해준 이씨를 배반(?)한 것.박씨는 지난 1월 “2천만원어치만 가져갔는데 자신의 절도 사실을 약점으로 삼아 너무 큰 액수의 합의를 강요했다”고 주장하며 사장을 갈취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이씨는 “들키니까 자기가 직접 파주로 가서 근저당 설정을 했다. 그런데 나중에 해주기 싫으니까 변호사까지 고용해서 소송을 건 것 같다”고 말했다.하지만 이에 대해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 16일 이씨의 말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이씨는 무혐의처리하고, 박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결국 박씨는 좀도둑질도 모자라 업주의 선처를 무시하고 허위고소까지 했다가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