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 ‘근로시간 단축’
2018-12-19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각 이해계층 간 의견 충돌이 첨예하다. 이상한 점은 관련 당사자 어느 누구도 이번 법 개정에 대해 환영하지 않고 있다. 모든 일에 명암이 있듯이 한 쪽의 반대는 누군가의 찬성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말이다. 근로시간 단축 단어 자체만 놓고 보면 누구보다 반겨야 할 노동계는 이번 개정안 추진에 대해 ‘개악’이라며 가장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간부 3명은 지난 18일 여의도 민주당사 당 대표실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민노총은 기자회견을 통해 단식농성 배경 중 하나로 근로기준법 개정을 꼽았다. “중소 영세 사업장 노동자에게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계속하라고 하는 근로기준법 개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이번 단식농성에는 수배 중인 이영주 사무총장도 포함됐다. 2년 넘게 도피를 한 이 사무총장이 공개적인 자리에 나올 만큼 근로기준법 개정 시도를 반드시 무산시키겠다는 의도다.사용자 입장인 대기업은 차치하고 중소기업도 이번 개정안 추진에 불만이다. 중소기업계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영세 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관련 단체장들은 호소문을 통해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한해 노사합의 아래 주당 최대 8시간의 특별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휴일근로수당의 할증률도 현행 50%로 유지하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국회와 정부에 요청했다.이들은 “인력난으로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과도한 할증률은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며 “휴일근로 할증과 연장근로 할증이 더해져 중복으로 적용되면 중소기업은 연 8조60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내년 시행되는 최저임금 인상도 감당하기 벅차다며 전체 근로자의 90%가 종사하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안해달라고 했다.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3당 간사는 지난 정기국회에서 단축 근로시간 적용 시점을 종업원 수에 따라 나누고 휴일근로수당 할증률은 현행 통상임금의 50%로 하는데 합의했다. 다만 이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합의안 통과가 실패했다. 이들은 내년 상반기 예정된 대법원 판결 이후에 법 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법부의 중요판단이 있기 전 입법부가 영향을 주는 것은 삼권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하지만 청와대를 중심으로 당정은 연내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에 몰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은 18대 국회부터 논의해 왔던 사안으로 더 늦출 수 없는 과제”라며 “국회가 이른 시일 내에 매듭지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12일 당·정·청 긴급 조찬회동에서는 연내 법안 처리를 두고 논의했다. 모든 일에는 절차와 시기가 있다. 2017년도 이제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특히 12월 임시국회는 이제 회기종료까지 4일도 남지 않은 상태다. 대통령의 상징적 공약이라는 이유로 서둘러 법 개정을 하면 본래 취지가 퇴색되는 것을 넘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한 발 물러서 처음으로 돌아가 각계 의견을 듣고 서로 조율하는 느림의 미학이 필요한 시점이다.